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까치 Mar 26. 2024

성취하는 부모들 [26/365]

2024년 3월 26일, 21:29

아내와 성취하는 부모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린아이를 키워보니, 일하면서 그저 아이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종일이 빠듯하다. 정신은 시간보다 분주해서, 아이가 잠든 밤이 오면 그제야 날숨이 끝까지 내뱉어진다. 몸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부모들은 이 와중에 개인의 성취를 이룬다. 누구는 단편을 쓰고, 누구는 학위를 딴다.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또 누구는 밤마다 달리는 거리를 늘려나간다. 이들의 공통점은, 도저히 더는 없을 것만 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기어이 쪼개고 늘리고 모아서 단 한 가지에 사용한다는 데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아이를 키우기 전, 그러니까 여가 시간이 충분하던 시절에도 이토록 악착같은 성취를 이뤘느냐에 대한 답이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이들이 애초부터 성실한 타입이긴 하지만, 스스로 소모되는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성취할 대상을 찾고,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는 인간의 마음이란 게 원래 그렇게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결핍이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굳으면, 효율 좋은 땔감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종일의 소란이 모두 잦아든 밤에, 깨어 앉아 시간을 쪼개는 부모들을 응원한다.

이전 25화 낯선 곳으로 출근 [25/365]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