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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31. 2024

그리울법한 평범한 날들 [29/365]

2024년 3월 31일, 21:30

내리 이틀 심했던 먼지가 드디어 걷혔다. 아침 일찍 모래놀이 통이랑 간식 배낭을 챙겨서, 집 근처 새로 생긴 수목원으로 향했다. 햇살이 좋았다. 파랗게 갠 하늘 아래로 벚꽃과 목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들과 놀이터에서 흙을 파고, 쌓았다. 숲으로 들어가 땅거미를 구경하고 나뭇가지를 주웠다. 기분 좋은 아들은 넓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 가사가 엄마뿐인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낮은 바위에 앉아 박수를 쳤다. 봄바람을 많이 맞았다. 아들 정수리에서 햇볕 냄새가 났다.


돌아가는 길에 근처 숯불갈비 집엘 들렀다. 점심에 갈비는 오랜만이었다. 돼지갈비 2인분에, 된장찌개를 배부르게 먹었다. 가게엔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무료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아들에게 콘 하나를 만들어줬는데, 아들이 무척 기뻐했다.


차를 몰아 돌아오는 길에, 만약 오늘의 아들이 여섯 살쯤 먹었다면, 언젠가 오늘을 기억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특별한 것 없는 반나절이었고, 그야말로 누구의 주말 같은 풍경이었지만 그랬다.


희미해진 내 유년의 기억에도 평범한 주말들이 남아있다. 아빠와 목욕탕에 나란히 앉은 일요일과, 넷이 둘러앉아 라면을 먹던 일요일, 놀이터 흙바닥을 파서 물을 붓던 오후가 남아있다. 이 장면들은 가끔, 그리고 불쑥 떠올려진다. 마주한 현실의 맥락과 무관하게 그렇게 될 때가 있다. 뾰족하게 표현하긴 어렵지만, 나는 이때마다 내가 과거로부터 이어져왔음을 새삼 생각하기도, 그 과거가 조금 그립기도 하다.


언젠가 어른이 될 아들도, 조금은 그리울법한 평범한 날들을 많이 쌓길 바란다. 그리고 그 장면들이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쓸쓸할 언젠가의 아들에게 불쑥 떠올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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