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선물 기억에 남는 (준, 받은) 선물

나는 오늘도 나에게 선물을 한다.

by 도도예

나는 오늘도 나에게 선물을 한다.



나는 나에게 선물을 한다.

그것이 비싸든, 저렴하든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나에게 주는 선물 증정 시간’이라는 그 말 자체가 좋다.


어떤 날엔 쇼핑몰을 샅샅이 뒤지며 신중하게 고르고,

어떤 날엔 마트나 길을 걷다가 불쑥 눈에 띄는 물건을 집어 들기도 한다.


그중에 제일 자주 선물을 고르는 곳은 인터넷 쇼핑몰이다.

당장 써야 하는 물건이면 가능한 한 빠른 배송 + 최저가 조합으로 정리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한참을 고민한다.

“사도 되나? 사야 하나? 없어도 되지 않나...”


그 와중에 무료배송 맞추기 위해 구색용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필요한 척, 그나마 필요한 것들을 같이 담는 기술은 나름 생겼다.


그런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남편 몰래 산 다이슨 에어랩.

직장 생활을 하며 조금씩 모은 돈이 손에 잡히기 시작할 무렵,

‘이쯤이면 나도 한 번쯤 좋은 걸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싼 물건인 걸 알기에 조심스러웠고, 택배도 일부러 회사로 보냈다.

몰래 들고 와서 몰래 풀었지만... 결국은 들켰다.

화장대 한쪽에 자리 잡은 그 제품을 본 남편은

그냥 조용히 끄덕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들킨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승인받은 듯한 안도감이 함께 왔다.


그 이후로도 나는 나에게 선물을 한다.

작은 택배 상자 하나에도 설렘이 함께 포장되어 도착한다.

포장을 뜯을 때의 그 짜릿한 긴장감,

무사히 온 걸 확인하며 안심하는 마음,

그리고 내가 고른 물건이 딱 맞을 때의 만족감.

그전 과정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신기하고 즐겁다.


하지만 나에게 선물을 주는 일은

단지 ‘나 혼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 집안에 꼭 있어야 하는 도구,

그런 것들을 내가 골라서 주문하고, 받아보고, 정리하는 일.

그건 어쩌면 내가 이 집의 필수 구성원이라는 걸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가끔 내가 주문한 선물을 남편이나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용할 때,

나는 괜히 혼자 뿌듯하다.

내가 만든 작고 소중한 변화,

그걸 함께 누리는 모습을 보면

작은 선물 하나에도 충분한 보람이 따라온다.


오늘도 나는 쇼핑몰을 넘겨본다.

지금 나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뭐가 있을까.

고르고 고르다 장바구니에 담은 건, 물티슈.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것.

내일이면 도착할 그 작은 상자가,

또 하나의 기분 좋은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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