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하루 중, 최근에 내가 가장 많이 반복하는 말

정신머리, 또 놓고 왔다.

by 도도예

정신머리, 또 놓고 왔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아, 놓고 왔다.”

정말로 자꾸 뭔가 하나씩 빠트리고 외출을 한다.


얼마 전엔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두고 그대로 나갔다.

그 순간의 나는 당당하고 여유롭게 현관문을 나섰지만,

외출 장소에 가서 가방을 보다가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알았다.

“어디다 정신머리를 두고 다니는 거야, 진짜!”

그러면 내 정신머리가 대답한다.

“그건 네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거잖아?”

그래,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어느 날은, 평소엔 차를 타고 가던 헬스장을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날씨도 괜찮고, 거리도 가까웠고, 기분도 괜찮았다.

비가 올까 봐 우산도 야무지게 챙기고, 운동 가는 사람답게 신나게 팔을 휘저으며 걷고 있었다.

신호등만 건너면 바로 헬스장이다! 하는 찰나,

나는 멈춰 섰다.

“또. 놓고. 왔다.”

실내 운동화를 안 들고 나왔다.


이 헬스장은 주민센터 안에 있어서 신발을 따로 가지고 다니는데,

차에서 우산은 야무지게 들고, 운동화는 차에 둔 채 나와버렸다.

나는 다시 차로 돌아가며 내 정신머리를 원망했다.

그리고 이번엔 걸을 정신도 없어, 그냥 차를 타고 갔다.


사실 자주 이러는 건 아니다.

밖에 물건을 두고 오는 일은 거의 없고,

내 물건은 꽤 치밀하게 잘 챙기는 편이다.

하지만 외출 전, 하나씩 빠트리는 일이 조금씩 늘었다.


그래서 가끔은 생각한다.

혹시 내 물건들도 나처럼 집 밖에 나가기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

나갈 준비를 다 해놔도, 정작 내 물건은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 내 물건들도 집이 좋은 거다.

그러니까 집을 나서지 못한 거다.

이제부터 뭔가 빠뜨렸을 때,

“내 정신머리는 또 어디 갔어!” 하고 나를 탓하기보다,

“아, 이 물건도 집이 좋은가 보다.” 하고 웃어넘겨 보기로 했다.


나와 닮은 내 물건.


내일은 꼭 잊지 말고, 나와 함께 집을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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