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에 자아가 있다면

문창과 입시 습작 '박종호' 전문과 비평

by 정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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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신체 기관보다 특히 성기에 사람들은 많은 의미를 투여한다.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마치 타인처럼 소중히 대해줘야 한다고도 말하고, 내 잘못을 성기의 탓으로 돌려버리기도 한다. 여러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대체 인간에게 성기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만 커졌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렇게 성기의 존재감이 크다면, 아예 인격을 부여해 버리자. 오늘의 습작에는 말하는 성기가 나온다. 진절머리 난 내가 갈 데까지 가보자며 한 시도였다.


*성폭력 미수와 관련된 묘사가 나오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글제: 상징적 행동을 하는 인간상을 표현하시오.

제목: 박종호


박종호는 자기 성기를 째려보았다. 박종호의 성기는 저 아래에서 핏대를 세우며 결백을 주장했다. 피가 솟구쳐서 온몸을 돌았다. 손도 만질 것을 다 만졌고, 눈도 볼 거 다 보았는데 왜 나한테만 모든 죄를 덮어 씌우려고 하느냐. 막말로 척추는 너의 뇌가 연결된 곳 아니냐. 지도 좋다고 신나게 흔들더구먼. 그 순간 판사가 판사봉을 세 번 두드렸다.


박종호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판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성기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기껏해야 벌금형이라고 장담하던 변호사는 박종호의 시선을 피했다. 기자들이 손에서 불이 나도록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다. 재판장을 나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박종호는 눈을 추하게 껌뻑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큰하게 아려왔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고 오줌 방울만 질금 샜다. 누군가 '의원님!'하고 박종호를 불러,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릴 뻔했다. 자존심의 개수만큼 박아 놓은 압정이 목을 뻣뻣하게 고정시켰다.


박종호는 독방에 들어섰다. 박종호는 짐을 하나하나 풀어헤치며 문득 방바닥을 보았다. 창살 그림자가 줄무늬를 이루었다. 박종호는 울컥하며 바지를 내렸다. 성기가 말했다.

"압니다, 알아요. 내가 상징하는 바가 너무 뚜렷한 탓입니다. 나에게 모든 것을 떠 밀면 다들 쉽게 납득하겠지요. 그래서 어쩔 겁니까? 나 없이 살기라도 할 겁니까?"

박종호는 굳어버린 골반 뼈가 버티지 못할 때까지 다리를 벌렸다. 사우나에서 땀을 낼 때도 옆 사람을 힐끔거리며 그렇게 앉아 있었고, 그날 여자를 불렀을 때도 그랬다. 그래, 그래보았자 몇 년이다. 지금 시끄럽게 떠드는 것들도 내가 나갈 때쯤에는 조용할 것이다. 쌓아 놓은 것은 무너지지 않았다. 조금만 힘을 들이면 나는 더 높이 올라가 이전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난 이 썩어 빠진 곳에서도 박종호이다. 인간 박종호. 박종호는 박종호, 박종호 되뇌며 자기 성기를 쓰다듬었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박종호는 땀이 났다. 박종호가 몸을 일으키자 장판이 등짝에 쩍쩍 달라붙어 살짝 어긋났다. 들린 장판 밑에서 개미 떼가 줄을 맞추어 움직였다. 겨울날에는 그런 벌레들이 한 뭉텅이로 뭉쳐 먼지와 같이 바스러졌다. 그런 꼬락서니를 볼 때마다 박종호는 박종호, 인간 박종호 중얼거리며 바지 고무줄을 풀었다.


출소하는 날, 박종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문 귀퉁이에서 사분의 일로 쪼개진 태양에 박종호는 하얗게 바스러졌다. 박종호는 사무실 의자에 머리를 기대었다. 박종호의 가랑이는 볼품 없어졌음에도 그는 여전히 허벅다리가 팽팽해질 때까지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기자가 박종호의 앞에 있는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기자는 박종호의 어린 시절부터 책장을 넘기듯 질문을 퍼부었다. 박종호는 눈알을 오른쪽, 왼쪽 위로 차례로 굴리며 뇌를 뒤적였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것이 있어 눈을 감아보았다.


기자는 자신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과장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러면 혹시, 감옥 생활에 대해서는... 박종호는 말했다.

"나는 그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 나는 다른 평범한 죄인들처럼 당당히 죗값을 치르고 나왔지. 이놈이 제멋대로 움직여서 저지른 한 순간의 실수였지만 말이야."

박종호가 갈라 터진 목소리로 껄껄 웃었다. 쭈글쭈글한 그의 성기가 얇아진 핏줄을 통해 말을 전하려고 일어나자 박종호는 당황한 듯 손으로 성기를 눌렀다. 기자는 호호 웃다가 박종호의 행동을 보자 그대로 굳었다.

"또 내 탓을 하는군요."

균일하지 않은 구멍으로 바람이 빠지는 쇳소리가 났다. 박종호가 어금니를 떼지 않고 조용히 하라고 중얼대자, 귀가 밝은 기자는 굳어진 채로 입만 뻐끔거렸다.

"나는 볼품없이 퍼진 가죽처럼 죽어가고 있어요. 남성성은 잃었고 고집만 남았군요."

박종호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며 조용히 하라고 소리 질렀다. 직전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기자의 목울대가 넘어가고 새된 목소리가 새어 나오려 하자 박종호는 손으로 기자의 입을 막았다.


박종호는 허리띠를 풀었다. 잡다한 장식이 걸쇠에 걸려 손이 버벅거렸다. 박종호가 바지와 팬티까지 한 번에 내리고 나자, 피가 안 통해 푸르죽죽한 그의 성기가 보였다. 방금 전까지 쉿 쉿 소리를 내며 박종호를 비난하던 그것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팔다리는 부산스럽게 날뛰었지만 그의 성기는 고요했다. 박종호는 자신의 허리 아래만 떼어다 액자에 전시라도 하듯이 그 부분만 집요하게 정적을 유지했다.


기자가 자신의 정장 재킷 주머니에 꽂혀 있던 만년필로 박종호를 찔렀다. 위협적으로 허공을 휘젓던 박종호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박종호가 뾰족하게 빛나는 물건에 몸을 사리자 기자가 박종호를 밀치고 밖으로 도망쳤다. 사무실 문이 커다란 부채꼴을 그리며 요동쳤다. 기자의 비명 소리가 점차 멀어지는 가운데, 문이 밀쳤던 공기가 반대쪽 벽에 부딪혀 박종호 쪽으로 되돌아왔다. 바람이 박종호의 허벅지 사이에서 8자를 그리며 맴돌았다. 박종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부르르 떨었지만 그의 성기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새 건물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사이렌 소리에 간간히 찰칵거리는 소리가 섞여서 들렸다. 박종호의 성기는 차가운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된 나머지 기침을 했다. 핏줄을 퉁기며 내는 소리가 박종호의 귀에 새로이 들렸다.

"어리석다."

박종호는 자기 손에서 덜렁거리던 만년필을 뽑아 성기를 긁었다. 뜨거운 격통이 박종호의 정신을 퍼뜩 들게 했다.


이번 습작의 글제는 제대로 메모해 둔 것이 없어 기억이 흐리다. 인물의 상징적 행동을 하나 설정하고 그것을 반복시키는 문제였던 듯하다. 나는 주인공 '박종호'가 다리를 벌리는 행동을 부각하기로 했다. 그때는 지하철 타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이동을 많이 했다. 지하철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는 사람이야 매우 흔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골반 뼈의 한계를 시험하겠다는 듯이 다리를 벌렸다. '저건 요가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하며 인상 깊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 습작에 사용했다.


사람들이 성기에 인격을 투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의 나의 엉터리 가설에 따르면, 성기가 죄의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진실된 인격과는 다른 자아를 성기에 투영하여 성기에 얽힌 죄의식과 심리적 거리를 두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2016년 한국에서 문화계를 중심으로 성범죄 피해를 진술하는 운동이 벌어졌고, 2017년에는 할리우드에서 미투 운동이 대중화되며 그 여파가 한국까지 넘어왔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부인하였고, 인정한 소수의 사람들은 엄청난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였다. 그들의 몸을 떠난 영혼은 성기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마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성기를 제어하지 못한 것처럼 상황을 묘사하였다. 만약 성기에 인격이 있다면, 불합리하게 자기 탓을 하는 영혼의 원본에게 분노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종호의 성기도 시원하게 박종호를 힐난한다. 박종호의 재판은 내가 진행했으므로 그는 몇 년의 형을 샀지만, 대부분은 자숙으로 끝났다는 점이 씁쓸하다.


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는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면서, 주인공을 향해 윤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 비슷한 방식으로는 2017년도 젊은 작가상 대상을 받은 '고두(叩頭)'라는 작품이 있다. 미성년자인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윤리 선생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자기 방어를 하는 내용이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바로 내가 비판하고 싶은 비도덕적 행위를 재생산하게 된다는 점이다. 마치 내가 양파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양파라는 단어를 마구 내뱉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심지어 그 언급량은 내가 좋아하는 채소, 이를테면 오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 글에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비위를 뒤집어놓는 다양한 행위가 재현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도덕적 선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으나, 이 글에서는 역설적으로 비도덕성을 전면에 드러내야 하니 쓸 때도 그렇고 읽을 때도 가슴이 뜨끔뜨끔했다.


그러나 박종호를 비판하고자 하는 나의 의도와는 별개로 지적받을 지점이 있다. 성폭력 장면을 단지 서사의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남성 가해자와 여성 피해자의 구도로 여성 폭력을 무분별하게 재현하는 것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가해자는 날아가고 그 장면의 폭력성만 남아 동료 시민에게 무력감과 공포감만 심어주게 된다. 내 글에서는 결국 기자가 박종호를 공격하여 상황에서 벗어나지만, 그것은 정말 상황을 모면했을 뿐 훌륭한 전복이라고 볼 수 없다.


또 하나, 나는 비도덕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다 보니, 읽는 사람이 정말로 주인공에게 공감할까 봐 두려웠다. '고두'에서도 비슷한 후기들이 있었다. 윤리 선생이 앞 뒤 안 맞게 나불대는 논증에 휘말려, '고두'를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사람의 솔직한 자기 고백으로 읽어낸 것이다. 마치 '롤리타'의 화자인 험버트가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나는 정말 일말의 여지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습작의 결말부에 박종호의 성기가 대놓고 박종호를 '어리석다'라고 비난한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선 갑자기 내가 툭 튀어나와 '박종호는 어리석은 인물입니다, 여러분!'하고 소리치는 것처럼 보이겠다. 이 부분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박종호를 선해하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용납할 수 없었고, 그래서 이런 형식의 이야기를 쓰기에는 아직 기술도 발상도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런 형식을 차용한 가장 세련된 단편을 소개하자면, 2022년도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된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2016년도부터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모아 왔으나, 2년 전쯤에 돈이 없어서 당근에 모두 팔았다. 다만 저녁놀이 실린 2022년도의 작품집은 남겨놓았다. 저녁놀의 화자는 레즈비언 커플이 소유한 '모모'라는 이름의 딜도다. 모모는 자신을 사용하지 않는 커플에게 자신의 쓸모를 주장하기 위해 남성성의 위대함을 주장한다. 모모의 '훌륭한 남근성'에도 불구하고, 모모는 곧 버려질 위기에 처한다. 모모는 같이 정리된 여러 책들을 탐독하면서 남근에 얽힌 신화를 다시 인식한다. 모모는 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딜도가 아니면 안마기라도 되지'하며 번뇌를 벗어던진다. 억지로 사용된 범죄 피해자도, 오독을 유도하는 가해자의 궤변도, 주인공의 사상에 이입할 여지도(딜도니까) 원천 차단한 훌륭한 글이었다. 나도 이렇게 쓰고 싶었다는 쭈글한 감상을 남기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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