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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18. 2020

널 위해 준비했어

: 남동생님을 라이킷합니다.


: 남동생님이 라이킷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선릉역 언니 외엔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뚱구덩 뚱구덩~ 라이킷에 이어

<남동생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알람이 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나 몰래 선릉역 언니와 연락하는 사이인 건가?'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남동생은 내가 친구들과 자기 이야기를 하면, 별 이야기 아닌데도 부르르~ 떨며, 화를 낸다.

그런데 내 친구들도 아니고, 낯선 사람들이 보는 이 곳에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면, 당장이라도 글을 못 쓰게 할 것 같았다.


어차피 들킨 거 내가 먼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던져야 하나?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뭐 하는 거냐?"

"어떻게 알았어?"

"카카오 프로필에 뜨더라"

"헉? 진짜?"


으아아악-

언젠가 알게 되더라도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지금은 아니었으면 했다.

사실 나는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SNS는 보기만 했지 올려본 적은 처음이라 이렇게 막 뜨는 건 줄 몰랐다.


"근데 생각보다 나쁘진 않더라"

"응?"

"근데 재미는 없어..

"........"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보지"

"내가 재미는 없는 사람이라"

"알지! 그리고"

"그리고?"

"내 지분이 좀 많이 들어가 있는 듯"

"그.. 른가.. 내가 글은 처음이라.. 내 이야기부터 하다 보니.."

"그래. 그렇겠지. 이왕 시작한 거 열심히 해봐"


어? 이게 끝?

분명 ㅈㅣㄹㅏㄹ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응원에 진심 대박 놀랐다.

그렇게 통화를 끝고, 주말에 남동생을 만났다.

남동생은 이유 없는 라이킷은 누르지 않겠다며 말하며, 한참 동안 내 글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날렸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말했다.

"근데 누나 글을 보면 나 되게 철든 거 같더라?"

"으응?"


내 글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만들어 줄지는 몰랐다.



널 위해 준비했어


어릴 때부터 나는 남들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엉덩이가 무거운 아이였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 엄마는 나에게 관대했다.

"넌 학교만 무사히 졸업하면 돼"


어릴 때부터 남동생은 엉덩이가 가벼운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집에 붙어있질 않았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 엄마가 남동생에게 말했다.

"다음 시험 잘 보면, 네가 원하는 거 해줄게"


"그럼 자전거 사줄 수 있어?"

엄마와 거래를 마친 남동생은 다음 시험에서 반에서 1등도 아닌 전교 1등을 했다.

심지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꼬락서니를 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자존심은 상했지만 큰 맘먹고 비결을 물어봤다.

"수업시간에 집중해"

그렇다. 남동생은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라고 말하는 재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때 나는 '이 녀석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저 머리로 태어났더라면.... 하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남동생에겐 욕심이 없었다.

목표가 없이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은 별 어려움 없이 수시로 붙었다.


그런데 남동생이 대학을 가고 난 뒤 알았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머리는 안 쓰면 똥이 된다.

대학을 간 남동생은 똥 멍청이가 되어 졸업했다.


그래서 알았다.

똑똑하게 태어나도 노력하지 않으면 똥 멍청이가 된다.

남동생 덕분에 천재들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말이 조금은 신뢰가 갔다.


어제 올린 글에 라이킷을 하지 않은 남동생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분명 녀석은 이 글에도 라이킷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글쓰기를 기꺼이 응원해주는 녀석을 라이킷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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