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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Jan 27. 2021

당연했던 불안감

우주가 끝도 없이 팽창해서 그럴까요, 세상의 기준 또한 하염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남들이 세워놓은 기준과 타인이 들이미는 잣대에 짓눌려 기가 죽었습니다. 해야 하는 공부를 안 하면 죄를 짓는 기분이었고, 나태하게 보내는 순간은 나중에 벌이 되어 되돌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일탈이 무서워 한동안 그저 정해진 길을 따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그 길에서 한번 벗어나봤습니다. '방황'이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불안함이 너무 싫었습니다. 남들이 바라는 게 아닌 '내가 원하는 걸' 알아내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며 경험을 쌓아나갔습니다. 하지만 이걸 한다고 해서 증명서를 주는 것도 아니고 자격증을 받는 것은 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내가 방황하는 와중에 남들은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건'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았고, 그걸 찾기 위해선 불안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불안감은 기대감처럼 또 하나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는 '전자(Electron)'의 존재는 알지만, 위치는 모릅니다. 특정 순간 관측할 수는 있으나 곧바로 위치가 바뀌어버리기에 결국 전자의 위치는 '확률'로서 나타냅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주 작은 입자의 위치도 정확히 모르는데 커다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불안감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성적이 잘 나올까', '취업은 되려나', '집은 살 수 있을까'. 나열하면 끝도 없죠. 불안하면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알 수 있는 건 원래 아무것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언제나 모든 것을 확신하길 원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너무 확신하려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과학자조차 확률을 따지는 세상인데 불안함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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