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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태도가 상쇄될 때

과학과 에세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일이면 응당 뜻대로 안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한 번은 정말로 숨이 가빴다. 함께 일을 하게 된 담당자의 태도가 원인이었다. 뜻대로 안 되자 통화 도중에도 종종 한숨을 내뱉던 그 태도 때문에. 한 번이면 참았으련만. 한 번의 기분 나쁜 날숨이 두 번으로 되더니, 점차 세 번 네 번까지 늘었다. 당황스러움 때문에 한동안 대답도 뱉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나를 웬만큼 알고 있다. 당황하면 말이 빨라지고 말을 더듬는다는 걸. 그리고 어느 순간 말을 더듬고 말이 빨라져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네 번째 내쉴 땐 더는 버텨내지 못했다. 숨 가빠짐이 느껴져 결국엔 한숨을 맞뱉었다. 일부러 들리도록, 약간은 소리 내어. 그러니 얼마간 속은 개운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썩 편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뜻이 다르고 생각이 갈리는 경우는 흔하다. 그럼에도 기분을 드러내는 건 흔치 않다. 태도가 기분이 되는 당시였고, 그 태도에 내 기분이 간섭받는 순간이었다. 굳이 지분거리고 싶진 않았지만 대응에 후회는 없다. 다만, 다음부턴 그러지 않아야겠음을 느꼈다. 다른 이유는 없다. 따라서 맞대응하다 나도 어느새 물들어 버릴까 봐서였다.


말은 결국 소리일 뿐이다. 소리는 파동의 하나이고. 파동은 서로 만나면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두 파동이 만나는 걸 간섭이라 부른다. 파동이 서로 같은 방향이면 더욱 커지는 보강 간섭이고, 반대 방향이면 서로가 사라지는 상쇄 간섭으로. 태도의 기본 또한 상대와 주고받는 말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얼마간 이 법칙을 따른다.


짜증이 났던 당시의 태도 덕분에 단박에 알게 되었다. 내키지 않는 태도를 상쇄시킬 방법은 정반대에 있었단 걸. 따라 하는 게 아니란 걸. 무례함을 상쇄시킬 확실한 방법은 그와 정반대의 태도다. 생각해 보면 미숙해서 잘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내게도 있었다. 그 점을 인지한 채, 태도를 차분히 다시 잡으니 다행히도 과정이 완만해졌다. 결과도 점차 무탈해갔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일었던 진동이 차근히 가라앉을 수 있었다.


이따금 무례한 태도가 다가오면 내 태도도 그에 맞춰 낮아지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애써본들 상대방도 곧이곧대로 똑같은 자세를 내어주진 않는다. 억울한 마음이 든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늘 기억하려 애써야 한다. 태도는 받아치는 게 아니라, 상쇄시켜야 한다는 것을. 반대의 태도가 만날 때, 원치 않던 태도도 비로소 상쇄될 수 있다.


- When they go low, we go high.

미셸 오바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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