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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Jan 16. 2021

거울을 의심하는 이유

평소처럼 거울을 봤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입니다. 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겉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거울을 매일 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거울과 마주합니다. 매일 보는 거울에서 변화를 찾아내는 일은 어렵습니다.


겉모습은 우리 모습의 전부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내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에도 다른 사람은 아무도 나의 힘듦을 몰랐습니다. 나조차 잘 몰랐습니다. 매일 보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괜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거울은 겉은 보여줬지만 속은 숨겨버렸습니다.


한동안 우울증에 가깝게 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하루에 몇 번은 거울을 보곤 했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괜찮아 보였습니다.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애써 웃어 보였던 그 웃음으로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지나고 나니 그때는 힘들었던 시기가 분명했습니다.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면 따끔하고 빨간 흉터가 겉으로 드러납니다. 스스로 상처 부위를 조심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걱정도 받습니다. 하지만 속에서 피가 나면 누구도 알기 힘듭니다. 나조차 내면의 출혈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거울을 보며 주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웃음이 겉웃음인가 속웃음인가 하면서 말이죠.


웃고 있는 나에게 물어봅니다. 혹시 속으로는 울고 있지 않은지, 행복해서 웃는 웃음인지 아니면 슬픔을 가리기 위한 웃음인지.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은 없었습니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타인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에게라도 속마음을 숨기지 않아야겠습니다. 거울에 속지 않아야겠습니다. 거울을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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