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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물안궁의 삶 Nov 05. 2023

체력과 성격의 상관관계

하루를 보내는 중간 즈음인 오후가 되면 나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짐을 느낀다. 특히 툭하고 떨어지는 찰나를 스스로 느낄 정도로 강하게 찾아온다. 어쩌면 계속해서 피곤했을 내 몸이 비로소 긴장이 풀려 피곤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 때가 그렇다. 그 순간 체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기분까지 지하를 뚫고 내려간다.


 바로 눕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싶지만 일상에서 그러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예를 들면 잠시 일어나 근처를 걷는 다거나, 심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는 다거나, 잠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거나 하던 일을 잠시 몇 분 간 멈추기도 한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기력이 떨어지면 급하게 당충전을 할 수 있는 초콜릿을 몇 조각 먹는 등 체력을 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나는 최근 몇 개월간 살이 많이 빠졌다. 한약의 도움도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식사량 조절에 성공했고, 슬픈 이야기지만 딸 아이의 식단에 맞춰서 지내다 보니 가능했다.


좀 더 젊었을 땐 그저 무게가 제법 줄어드니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을 테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이가 되니 뼈도 걱정이고 쳐져버린 피부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보이는 외형을 생각한다기 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순식간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상황인데 몸에 있는 수분만 쭉쭉 빠진 것을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체력이 뚝 떨어짐을 느끼는 순간에는 인내심도 동시에 바닥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순간 짜증이 나고,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된 것처럼 순간 짜증, 히스테리를 부리 날카로워진다. 잠시도 서 있는 것이 힘들고 기다림이 짜증 나며 어려워진다.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지고 하품을 10초에 두어 번씩은 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정말 피곤함과 체력이 바닥났음을 체감하는 순간 이 모든 일이 몇 초 안에 일어난다.


이런 악습이자 어쩔 수 없는 내 저질체력에서 오는 날카로운 모습 때문에 남편에게도 여러 번 주의를 받았다. "ㅇㅇ아"라고 부르는 친절해 보이는 말 한마디에 많은 뜻이 들어있다. 암만 설명해도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체력부침을 겪어본 적 없는 남편으로서는 성격이 이상한 것을 애써 포장한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체력이 바닥나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어떻게든 고쳐야 할 악습일지도 모른다. 몸을 고치든 성격을 고치든 무엇 하나는 대대적인 전환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




이제 살기 위해 운동해야 한다는 말이 딱 들여 맞는다. 나이들 수록해야 할 일은 많아지는데 자꾸만 힘에 부친다. 흰머리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력도 떨어지고 계단 10칸 오르는 것도 허벅지가 땅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 이것은 단순히 몇 달 만에 10kg 감량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요도 심해지고 (이미 4년 전 한차례 겪었다. 61kg까지 감량했지만 지난 몇 달 전 나는 78kg이었다.) 몸이 예쁘지도 않다.


운동을 통해 탄력 있게 체지방이 제거된 것이 아니라 , 사실상 체지방 조금에 수분이 빠져있어 피부도 푸석해졌을 것이고 뼈도 약해졌을 사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인생에서 근력운동 자체를 꾸준히 해본 기억이 없지만, 이제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근력운동을 통해 지구력도 키우고 아직 성인이 되려면 12년~14년은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버텨내야 한다.


몸도 성격도 엉망이 돼버린 모습으로 앞으로를 계속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몸이 건강해지면 성격도 좋아지고 성격이 좋아지려 노력하면 몸도 점차 건강해질 것이다. 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 그리고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에 애써왔던 근 몇 년간의 목표는 이제 내 마음과 신체의 건강으로 포커스를 맞춰보려 한다.


손가락 하나, 이목구비 하나, 근육 하나, 머리카락 하나에도 건강과 결부시켜 어떻게든 건강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며 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내 나이 서른일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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