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미인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각 턱, MLB모자 61 사이즈는 써야 겨우 들어가는 머리크기,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뒤통수, 가장 뚱뚱해 보이기 쉬운 엉덩이와 허벅지에 다 몰린 살들, 어린 날 내킬 때마다 염색, 파마, 매직을 반복했던 결과 푸석 푸석을 넘어선 볏짚 같은 머릿결, 얼굴도 납작한데 그보다 더욱 납작한 코 (그나마 들창코였는데 엄마가 계속해서 코끝을 잡아 세우려고 한 덕분에 그저 그런 납작한 코 정도로 머물 수 있었다.)
언급한 한두 가지를 빼고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두루 갖춘 사람. 나의 부모는 내게 큰 키 빼고는 주신게 없구나 싶을 정도의 컴플렉스. 그게 바로 스스로 보는 나의 외형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각자의 개성대로 자존감을 갖춘 채 살아가면 그만인 삶이라지만 어린 시절에만 해도 나는 전형적인 미인형에 정확히 반하는 모든 것들을 두루 갖추었다는 것이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그저 다이어트해서 예뻐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다이어트도 시도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왜 얼굴은 사각인지 그 와중에 귀는 필요이상으로 작고 왜 중간보다 더 밑에 달려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은 뒤통수가 둥글어야 어울리는 머리인데 나는 왜 절벽인지. 미용실에서 내 머리손질을 맡아서 해주는 분들도 신기해할 만큼.
자존감이라곤 없었던 내게 그 모든 것들은 다 악조건이기만 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극도로 겁이 많았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살았었기에 다행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온갖 수술, 시술은 다 받았을 것 같은 게 그때의 내가 나의 외형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아이를 낳고 삼십 대 초중반이 되어서도 내 외형에 대한 불만은 가시지 않았다. 자연주의를 표방해서라기보다는 귀찮고 게을러서 관리하지 않았던 내 피부는 어느덧 탄력 없이 쳐지고 블랙헤드가 가득한 코, 수분기조차 없는 푸석한 피부, 오돌토돌 좁쌀알갱이처럼 나온 피부들, 무엇보다 선크림만큼은 매일 바르지만 기미가 점점 올라와 더 이상 못 봐줄 것 같은 얼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40대가 되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상이 얼굴에 드러난다고.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인상'을 나는 뭣도모를 시절부터 두려워해왔다. 일상의 무표정이 힘 있기보다는 피부만 쳐진 게 아니라 이목구비도 쳐져있다. 뭔가 우울해 보인다는 소리다. 미간을 나도 모르고 찌푸리는 날들이 많았는지 알 수 없는 미간사이 주름 같은 것이 생겼다.그간의 삶이 드러나는 것은 이목구비뿐만이 아니다. 무엇을 주로 먹고 지냈는지를 드러내주는 피부상태. 까마면 까만 대로 하야면 하얀 대로 매력이 있겠지만 나는 누렇게 떠있다. 황인종이기에 누런가 당연한 게 아닌가 싶지만 그런 류의 누런 피부가 아니다.
나이 마흔의 다른 말이 정말 불혹이 맞는가 싶다. 온갖 유혹, 이를테면 리프팅, 브라이트닝, 기미제거, 탄력시술 등등등.. 이 난무하는데 그걸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가 암만 봐도 40대 같은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서 불혹이 아니라 온갖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 고 엄포를 놓는 느낌 같았다. 그런 마흔을 나는 이제 1년정도 앞두고 있다.
인상이 바뀌고 그래서 피부색이 맑아지고 그래서 마음마저 환해지는 것들은 그저 하루이틀, 한두 달의 노력으로 일궈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만을 신경 쓰며 살아갈수록 집착만 늘어갈 뿐이다. 일상이 탁해진 삶이라 느껴지면 다시 리프레시하며 몸과 마음을 쉬어주고 맑혀주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줘야 한다. 반면 스스로 나태하게 느껴진다면 좀 더 촘촘한 일상의 계획들을 필요로 하고 그 과정이 과해진다 싶으면 다시 릴랙스 한 일정으로 변경해줘야 한다. 스스로를 늘 주시하고 집중해야만 내 생활에의 치고 빠지는 밀당도 가능한 것이다.
여름휴가를 맞아 이번 한 주는 릴랙스를 넘어 살짝 나태함직전의 삶을 보냈다. 나태해 지려하니 몸에서 바로 반응을 한다. 그 몸이 반응은 사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감정상 태도 다시 급하강노선을 타는 경우가 많다. 뭔가 열심히 살지 않는 삶 같아서 스스로 다그치는 것이랄까?
하지만 최근에의 나는 열심히 살았고 휴식이 필요했고, 휴식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다되었다는 의미임을 안다. 그 과정에서 휴식조차 최선을다해 하지 않았다며 우울해자거나 죄책감 같은 걸 느낄 필요는 없다. 그저 몸과 마음이 표현하면 내가 지금 이러이러한 상태라는 걸 느끼면 그뿐이다.
자기 삶 자체에 집중하고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잘 받아준 뒤 잘 마무리해서 보내주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그토록 젊은 날 바라던 맑은 얼굴만큼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꼭 "너는 지금 너 스스로를 사랑하며 잘 살고 있구나. 그런 네게 주는 선물이니 잘 지켜나가도록!"이라고 말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