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2021.10.1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친한 지인의 집들이 선물을 손에 쥐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에는 지친 듯한 모습의 한 아저씨가 고개를 위태롭게 끄덕이며 졸고 계셨다.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 읽고 있는데 오른쪽 어깨에 무게가 느껴졌다. 옆자리 아저씨다.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아저씨는 미안해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5초가 지났다.
익숙한 무게가 느껴졌다. 이제는 불쾌할 지경이었다. 신경질 적으로 어깨를 털었다. 아저씨는 서성이던 머리를 둘 곳 몰라 난처해 보였다.
10초가 지났다.
위태롭게 떠다니던 고개는 이내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내 어깨에 안착했다. 이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오늘 하루가 어땠기에 이렇게 잠에 빠져 흔들리는가. 그 아저씨의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 속엔 '주말에 아이들과 놀러 가기 좋은 곳'이란 검색어가 공허히 덜컹대고 있었다.
차마 어깨를 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