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야구 직관에 가다

드디어 소원성취하다

by 앨리스 W


드디어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다시 맞은 직관 티켓팅의 날, 언니와 나, 조카 이렇게 셋이 티켓팅에 도전했다. 둘은 실패, 조카는 성공했다고 연락이 왔다. 티켓팅 때 난 대기만 몇천 명이었는데, 그러다가 그냥 끝이 나 버렸었는데 우리 조카는 됐단다.

조카덕에 드디어 가게 된 최강야구 직관!(*8월 직관에 다녀왔습니다)

절반의 성공도 성공이지 뭐. 하하.


헌데, 갑자기 미천한 몸뚱이가 꾀를 내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서 TV로 보는 게 더 낫지 않나

귀찮게 사람 많은 데를 꼭 가야 할까

여름이라 더워서 미치지 않을까 돔구장이니 땡볕은 없어도 사람들 열기가 장난 아닐 텐데

편치 않은 의자에 몇 시간이나 각 잡힌 자세로 앉아서 보는 것도 걸리고

경기가 3, 4시간은 걸린다는데 콜드승으로 일찍 끝날 리도 없고......


기회가 왔어도 잡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의 정신세계와 우유부단함, 결정장애.

왜 유독 나에게 들어가는 시간이나 돈에는 이렇게도 인색하고 결정이 힘든 것일까?


결국 대구에서 올라온 언니와 조카, 나까지 여자 셋은 화끈하게 경기장행을 결정했다.

일단 가보자. 불평이든 후회든 해보고 나서 말하자.







스포츠 직관은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편한 자세로 뒹굴뒹굴, 간식 먹으며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고로, 스포츠는 좋아하지만 직관의 경험은 없다.

그것은 나의 귀찮음의 한도를 초과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꾼 것이 최강야구였다. 나태하고 느슨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아, 나는 이제 다 됐구나' 거의 체념하고 살 때쯤 최강야구를 알게 되었다. 날고 긴다 하는 운동선수들의 경기야 차고 넘치게 늘 보지 않는가. 그들을 응원하는 것이나 환호해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허나, 은퇴한 선수들이 다시 야구경기를 한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이라는 장벽. 노화. 이것에 대항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세월도 막을 수 없는 열정'이라는 자막 문구를 봤을 때 어찌나 울컥하던지.

나이 든 선수들(실상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다, 단지 운동선수로서 나이가 많은 것뿐)이 땀 흘려 훈련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에 내가 투영되어 짠하고 뭉클한 것이 막 안쓰럽기도 했다가 막 응원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경기장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선수들의 이름을 목 터져라 같이 외치고 응원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 벅찬 감동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요새 길이나 아파트에서 소리 지르면 큰일 난다. 잡혀갈 수도...

입은 '퍼트형'을 외쳤지만 형은 무슨, 사실은 동생이다. ㅋㅋㅋㅋㅋ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동생 아니면 아들뻘들이다.

그런 이유로도 나이 탓은 던져버리고 목청이 터져라 찐 열정으로 응원에 몸 바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나의 열정을 불태우고 집에 돌아올 때쯤엔 시들시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유체이탈 증세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그 와중에 가슴 벅찬 뿌듯함이 아래부터 위로 쫘악 올라오며 기분이 매우 좋다.

온몸이 뻐근하면서 느껴지는 뿌듯함이라니.


가보고 느낀 것이지만 한여름에도 참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경기장의 좁은 의자에 따닥따닥 붙어 앉는다. 심하게 말해서 조금만 귀 기울이면 옆사람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거리. 그런데 어떤 다툼이나 불편한 기색도 없다. 또 앉았을 때 다리가 앞 좌석의 등받이에 붙을 정도로 여유공간이 없어서 같은 줄의 누구 하나라도 화장실이라도 간다면 모두 줄줄이 일어나 통로로 비켜나 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 분명 매우 귀찮고 거슬리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성숙한 경기장 매너를 갖춘 최강몬스터즈의 팬들이라니. 정말 짱짱 멋졌다.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찾기가 더 어려운 지경이다.




처음 나선길, 나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체력을 비축하고, 마음가짐을 가다듬고, 당떨어질 때를 대비했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근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기다렸고, 시간이 되어 여유 있게 경기장에 가던 길에 편의점도 들러서 커피를 비롯 과자, 젤리 등등 달달구리한 간식들을 골고루 구입했다. 이 정도면 지루하거나 피곤하거나 할 때 버틸 수 있겠지 싶어 든든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시간 즈음 도착한 경기장 앞, 입장 줄이 길었다.

늘어선 줄과 꽉 찬 사람들을 보는데, 갑자기 가슴이 막 벅차고 설렜다.

그 사이에 줄을 서서 표를 바꾸고 입장순서를 기다리며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이렇게 줄 서본 게 얼마만이며, 이런 두근거림을 느껴본 건 언제였는지 절로 웃음이 났다.

나 아직도 두근거릴 줄 아는 사람이네.

자리를 찾아가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면서도 두근두근. 모든 것이 좋았다.

사람들 소리, 경기장 냄새, 생각보다 시원한 경기장의 날씨와 온도.

시구도, 애국가도 모두 좋았다. 이 날 시구는 박신혜, 애국가는 김범수.

몬스터즈 대 연세대의 경기였는데, 최종적으로 승리를 하진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이 직관은 좋았다. 어떻게 맨날 이겨?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거지.


경기 내내 사람들과 함께 함성을 지르고 응원을 하고 가슴 졸이며 얼마나 몰두했던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경기는 종료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구일역 근처에서 진정한 인산인해를 체험해 보았다. 이태원 사태가 생각날 만큼 다닥다닥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거리.

우려와 달리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서로 담소를 나누며 경찰의 지시에 따라 순서대로 차례를 지켜 역으로 한걸음 한걸음. 어떤 불미스러운 일 없이 모두 무사히 귀가했다.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한 시민 문화 속 한 시민으로서 너무나 뿌듯했다. 우리나라 많이 발전했네.


그 후에도 또 한 번 최강야구 직관의 기회가 왔었다. 이번엔 언니의 당첨.

진짜 신기했다. 나만 왜? 무엇 때문에 안 되는 걸까? 뭐가 문제냐고?!

여하튼 그때는 일이 있어서 한 번 가 봤으니 다음에 또 가면 된다며 쿨하게 기회를 보내 버렸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이날의 포기를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후에 방송을 보니 내가 놓친 그 직관의 애국가는 성시경이었고, 시구는 이준호였다.

(*11월 직관이었습니다)

아직도 성시경 콘서트 티켓은 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앤장!!!!

이렇게 또 뒤통수를 맞나.







그동안 나 스스로를 나이의 틀에 맞춰 너무 가둬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나'일뿐인데 나이가 이러니 이것은 하지 말라고 채신머리없어 보인다고 스스로 제동을 걸어왔던 것 같다. 누가 뭐라 하는 것도, 법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나이에 맞춰서 하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나는 스스로를 왜 그렇게 옥죄고 몰아세웠던 걸까.


올해도 나는 계속 공연이든 직관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의 티켓팅에 도전할 예정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계속해보려고 한다. 기왕이면 성공을 한 번이라도 한다면 베스트고.

실패가 많을 테니 여전히 조카에게 잘 보이는 것도 잊지 않을 예정이다.

올해는 어떤 계절에 최강야구 직관에 갈 수 있을지 다시 두근두근 거린다. 설렌다.


새로운 일을 해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매일매일이 새로울 수는 없기에 가끔은 안 하던 일을 해보는 것은 분명, 삶의 활력이 된다.

무엇을 하든, 더 늦기 전에, 바로 지금이 가장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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