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대형견을 기르기 위해 준비가 되었는가 (보호자 편)
이전 챕터에서 애견위탁시설 운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형견 위탁에 대해 언급했다면 이번 주제에서는 대형견을 기르는 가정에서 간과해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을 적어보고자 한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애견유치원은 무작위로 강아지의 신규등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담을 통해 강아지에게 맞는 유치원 타입과 적응기간에 대해 상담 후, 예약된 시간에 방문하여 등록을 하는, 나름의 체계가 잡힌 절차가 있다 (교육이 필요한 강아지의 경우 보호자의 의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으며, 변화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되면 우리도 과감히 위탁을 맡지 않는다).
애견카페를 함께 운영을 당시에는 불특정 손님과 강아지가 방문하기 때문에 위탁된 강아지의 케어에 미흡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거나 시간대별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지만, 예약제로 운영을 하며 위탁견 정원제를 만듬으로서 그날그날 방문할 강아지의 수를 예상할 수 있고 주활동시간을 피해서 상담예약 시간을 잡기 때문에 예상 밖의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애견카페를 이용하는 소형견과 대형견의 방문 목적은 명확히 구분되는 편이다. 소형견 가정에서는 강아지의 사회화를 위해 방문하는 경향이 많았다. 사회성이 부족한 강아지가 타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보호자의 옆에서 짖거나 으르렁 거려, 짖는 강아지와 이를 말리는 보호자의 소리가 소형견 공간에서 주를 이뤘다. 대형견 가정의 이용 목적은 그런 종류의 사회화가 아니라 자신의 강아지로부터 해방되는 보호자의 자유로운 시간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보호자는 한쪽에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는 동안 고삐가 풀린 대형견은 실내공간을 왕복으로 뛰어다니며 높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일쑤였다. 물론 많은 대형견 보호자들이 주변에 피해주는 것을 걱정해 강아지의 뒤를 따라다니기도 하지만, 한 마리의 고삐 풀린 대형견은 그 공간에 있는 대부분의 강아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체격과 체력이 좋은 대형견을 한 여름에 산책시키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닐 것이다. 올바른 체력 소비를 위해 산책의 횟수도 많아야 하고 산책의 시간도 길게 잡아야 하지만 사실 여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면 나 역시 말로만 쉽지.. 쉬운일이 아니다.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만큼 마침내 산책에 나섰을 때 강아지는 앞장 서서 줄을 끌기 일쑤고 그 힘센 대형견을 말리면서 산책하는 것이 산책인지 노동인지, 더운 날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이 흐르는 보호자의 고충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견을 기르는 것을 로망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과 생활패턴에 맞는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나의 가족이된 내 강아지, 내가 책임을 져야하지만 한편으론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 이 넘치는 체력을 애견카페와 운동장에서 풀고자 하는 대형견 가정들이 있다. 자신이 감당못하는 강아지는 타인도 감당이 어렵다는 것과, 방문한 장소에서는 분명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 좋다. 만약 타견들이 있는 장소에 방문을 해야한다면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꿈꾸기보다, 그 공간에서 타견과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마음가짐을 갖췄으면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현재 우리 유치원은 중대형견의 경우 일회성 이용은 불가하고 정기적인 등원을 약속한 경우에만 신규등록을 받고 있다. 중소형견과 중대형견의 마릿수가 같아도 중대형견의 경우 활동반경과 체격 때문에 마리 수 제한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매일 일관적인 규칙과 질서로 원내 활동을 하고 있는 기존 위탁견을 위한 선생님들의 결단이기도 하다. 같은 흥분도라고 하더라도 소형견에 비해 대형견의 파급력 크기 때문에 한 마리의 흥분한 강아지가 그 공간에 주는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고, 기존 무리에게 불편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미 원내 질서와 규칙을 따르고 활동하는 위탁견들에게 높은 흥분도를 발산하고 떠나는 일회성 강아지가 반복해서 우리의 무리를 침범한다면, 강아지 무리에서 리더라고 추켜세워져 있는 선생님을 더 이상 리더라고 인정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원내 규칙과 질서는 서서히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아니라고 믿고 싶어도..) 기존 위탁견 중에는 뉴페이스의 흥분도가 반가워 함께 치고 박고 놀 강아지도 몇 있겠지만, 대부분 차분한 성견의 위치에 있는 강아지들은 '또야? 오늘도 날 뛰는 침입자를 못 막고 들여보낸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리더를 믿을 수 없으니 내가 나서서 막아야 겠네' 라고 자처하게 될 수 있다. 선생님에게 문제해결을 맡기지 못하고 스스로 나서는 상황이 생긴 후 부터는 질서와 규칙은 서서히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들도 날뛰는 대형견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고 흥분도를 끊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해당 강아지가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후, 혹은 한달 후 드문드문 방문했을 때는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강아지들은 예약제 이전에는 매일 한 두마리 꼴로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 운영 중반부에는 흥분도가 높은 중대형견의 경우 2~3회 테스트 등원 후에는 정기적인 등원을 하도록 하였고, 현재는 중대형견의 경우 테스트 유치원 없이 곧 바로 정기등원만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나도 대형견을 기르는 가정 중 하나이고, 대형견의 위탁시설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대형견 위탁이 힘들다는 이유로 기존 대형견들을 내보내고 상대적으로 관리가 편한 중소형견만 위탁하겠노라고 선언할 순 없었다. 왜냐하면 그중엔 교육방법을 몰랐을뿐, 방법만 안다면 내 강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보호자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이 같은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대형견이나 소형견 할 것 없이 내 강아지의 흥분도가 높아 타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애견유치원을 더 이상 놀이동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교육기관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강아지 재미있게 놀으라고 주1회 유치원을 보낼 것이 아니라, 타견에게 오늘만 날인 것처럼 나의 흥분도를 쏟아버리는 것이 아닌, 그 공간의 규칙과 질서에 적응하고 올바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만약 유치원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올바른 체력소비를 위해 보호자가 매일 주기적인 산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사실 강아지에게는 유치원보다 좋은 것이 보호자와 함께하는 즐거운 산책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