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로망, 그렇지 않은 현실
운영하는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강아지와 함께 출근을 해봤거나, 하고 싶은 로망이 있을 것이다. 집에 혼자두면 심심할 것 같아서, 분리불안이 있어서, 함께 있으면 좋아서 ..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강아지에게는 함께 출근하는 곳이 '불편한 공간'일 수 있다.
우리 유치원에는 강아지를 위탁하고 출근하는 회사원도 많지만, 개인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손님들도 정말 많다. 고깃집, 체인점, 미용실, 카페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많은 가게들에서 강아지를 위탁하고 있는데 그중 많은 수의 강아지가 '가게에서 짖어서'의 이유로 유치원에 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중 이미 성대수술을 했던 강아지도 있었다. 보호자에게 이미 지난 일을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 강아지가 성대수술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슬플까.
모든 강아지가 함께 출근한다고 해서 백이면 백 다 짖고 경계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오는 손님마다 반기고 좋아할 강아지도 있을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손님만 반기고 낯선 사람을 골라 짖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아지의 짖음과 별개로,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경계심을 가지고 대기를 할 가능성이 크고, 때문에 가게에 있는 시간 동안 편안하게 쉴 수 없다.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수시로 나는 문소리에 누가 왔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 선잠을 자거나, 항상 후각과 청각이 출입문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같이 편안한 공간에서도 낯선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에 한번씩 신경이 곤두서는게 강아지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불시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업장은 오죽할까.. 어찌보면 너무 예견된 일이다. 보호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로망만 앞설뿐 짖는 강아지가 왜 짖는지 야속하게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아지의 입장에서는 엄마와 혹은 아빠와 함께 최전선에 보초를 서러 간 것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강아지에게 분리불안만 없다면, 가족들과 함께 있었던 포근하고 아늑한 집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퇴근할 가족을 기다리는 것이 강아지에게 훨씬 좋을 수 있다. 퇴근 후 강아지에게 필요한 산책으로 그 하루를 보상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만약 분리불안이 있는 강아지라면 그 분리불안을 완화시킨 후 집에 두거나, 혹은 전문유치원에 위탁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출근을 꼭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사업장 내에 강아지가 쉴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을 확보해주고 최대한 외부자극으로부터 둔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강아지를 위한 일이다. 업장에 독립된 방이 있다면 손님이 자주 왕래하는 시간에는 방에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지 않다면 가림막이나 가구 같은 배치를 통해 강아지의 시선을 차단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능한 구분된 방에 분리되어 있는 것이 좋은데, 공간을 뒤흔드는 문열리는 소리 (문이 열릴 때 공기압으로 발생하는 미세소리, 문에 달린 풍경소리)와 손님이 인사하며 들어오는 소리는 강아지에게 위협의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 예고없이 공간을 뚫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서 "안녕하세요 사장님~~~~" 하며 큰 소리로 들어오는 소리는 강아지에게 결코 반가울리 없다. 나중에 누군지 확인하고 나서는 곧이어 반길 강아지라도 처음엔 놀라서 벌떡 일어나 심장이 쿵쿵 뛸 것이니 말이다.
엄마에게는 '손님', 강아지에게는 '시도때도 없이 들어오는 침입자' 정도의 시각으로 보인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강아지에게는 손님이 엄마에게 사료값을 벌어주는 존재로 보일리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