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8 레드오션 애견유치원의 차별화

애견유치원도 컨셉이 있다

이전 챕터에서 이어 이야기해보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애견유치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더불어 개성있는 컨셉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브랜드 커피전문점들은 많았으나, 대부분의 손님이 테이크아웃이라는 것을 착안, 차별화를 두기위해 저렴한 커피전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가격경쟁으로만 밀고가는 것은 업체들 끼리 출혈경쟁만 될 뿐 장기적으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요즘은 인건비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치솟은 전기료, 그리고 물가상승에 의한 원재료 값까지 모두 따져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은 마치 비슷한 업종끼리 총구멍을 겨누고 서로 땅따먹기를 하는 것과 같다. 2,000원 짜리 커피를 하루에 수백 잔을 팔아야 하루 인건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매출구조라면,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찾아야할 때이다.

우리 유치원도 개원 초에는 한 마리씩 유치원 주변을 탐색하는 개별산책을 했었다. 하지만 등원하는 강아지들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산책하는 시간으로 반나절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산책을 나가는 선생님들의 인력 부재로 실내에서의 활동퀄리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개별산책에서 단체야외활동 (야외 펜스 공간에 5~6마리씩 나가서 활동)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사실 많은 보호자들이 유치원에 바라는 공통적인 한 가지를 꼽자면 '강아지의 에너지 소비'에 치중되어 있는 편이다 (유치원에 다녀온 강아지가 집에서 떡실신해서 잠을 자야 만족도가 높다. 그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보니 많은 유치원에서 강아지의 체력을 쏟는 활동들 위주로 컨셉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실내어질리티, 여름에는 수영활동 (재활목적의 수영도 있다), 야외 산책나가기 등이 있는데, 특히 산책의 경우 많은 보호자들이 산책을 자주 못시킨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부분이다보니 산책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는 보호자들의 호감을 사기 충분하다. 전문적인 '도그워커'라는 직업에 대한 인지도도 적고, 산책의 퀄리티는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일반인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은 특별한 전문성이 없이도 다른 애견유치원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실제로 우리 지역에는 산책서비스를 커리큘럼에 넣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동일한 서비스가 여러곳에서 제공된다면 박리다매를 노리는 저렴한 커피전문점처럼 치열한 가격 경쟁에만 빠질 수도 있다.

산책 서비스에서도 약간의 차별화를 둔다면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우르르 산책을 나가는 것이 아닌, 한 마리씩 산책 교육을 병행하여 산책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 등 차별화된 산책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하루 동안 산책만을 위해 소요되는 인력의 소비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아무튼 이번 글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차별화된 애견유치원 컨셉인데, 우리 유치원의 경우 차별화를 위해 교육이 있는 카페&유치원을 운영했었다. 그래서 애견카페 손님으로 방문한 가정들을 상대로 교육상담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유치원, 호텔, 미용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도 많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우리가 최초에 컨셉으로 했던 '교육형 카페'를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는데, 불특정 다수의 손님과 강아지들이 출입하는 공간에서 손님을 케어하랴 처음 입장한 강아지들을 케어하느라 정작 우리 유치원 아이들을 케어하는 데에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손님이 교육을 위해 방문하는 카페도 아니었고, 그저 여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커피를 마시러 오는 단순 목적의 손님들이 많았다. 그 손님들의 강아지가 어떤 성향의 강아지이냐에 따라 원내 규칙은 지켜지기 힘들 때도 있었다. 결국 그리 길게 유지하지 못하고, 카페서비스를 접고 외부인 출입이 불가한 전문유치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금의 우리 유치원을 있게 한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이기도 했다. 당장의 카페수입은 잃었지만 (당시 카페수입은 꽤 높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우리유치원의 교육컨셉을 정확히 내세울 수 있었고, 위탁된 강아지들의 규칙과 질서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유치원은 활동교육형 유치원이 메인컨셉이며, 강아지들의 모든 실내활동에는 전문선생님이 개입하고 있다. 잘 노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관찰하면 보이는 강아지들 사이의 허딩, 마운팅, 배려하지 않는 접근 등이 보인다. 강아지들의 활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고, 모든 강아지들에게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등원하는 강아지들의 경우 서로 배려하는 활동을 하는 등의 질서가 잘 잡혀있다. 하원할 때는 오늘의 활동에 대해 하원선생님이 안내를 하고, 가정 내에서 개별적으로 궁금한 교육내용들 또한 상담하여 안내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교육내용과 가정들의 공통 고민들은 매주 우리유치원의 교육블로그에 게시되고 있고,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가정에게도 개방된 오픈소스이다.

그 어떤 사업이든 차별화가 중요하지만 애견유치원의 경우 선생님들의 꾸준한 노력과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두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지속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도 고민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도 꾸준히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의 서비스에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