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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팔이 누나 Sep 11. 2020

강아지도 욕하나요?

눈으로 욕먹어보신 분 손 ㅠ0ㅠ  

말을 할지 모른다고 해서 의사표현을 못하는 건 아니다. 3살 아이와 같은 지능 수준을 가졌다고 하는 반려견들은 짖음으로, 몸짓으로 그리고 눈빛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그것도 아주 명. 확. 하. 게.

B형 남자로 추정되는 덕팔이는 의사표현을 함에 있어서도 필터가 1도 없다. 좋아! 배고파! 싫어! 왜 이러셩! 등 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표현은 온몸과 눈빛으로 전달하는데 사람 치고는 상당히 질척거리고 애교 많은 나와, 강아지 치고는 상당히 냉정한 덕팔이의 의견이 자주 상충되어 마! 뭐! 어쯔라고! 로 대화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강제 집콕행에 덕팔이와 대화를 나눌 일이 더 많이, 자주 생기고 있는데, 삼시 세 끼를 딱히 꼬박 안 챙겨 먹어도 배부른 거 보면 아무래도 덕팔이가 나한테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 언제나 얘기하지만, 아님 말고!  


출근 전 빡세게 화장한 나를 보는 덕팔이는 이런 마음인 걸까? ㅡㅡ;


집에서 홈트하는 주인이 한심하다

머피의 법칙은 나한테만 적용되는 걸까? 몸과 마음 좀 다스리고 중심을 바로잡고자 요가를 끊자마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자동 환불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다음날 바로 피트니스 매트를 사서 집에 깔고 (이제 더 이상) 유연하지 않은 몸을 굽혔다 접었다 폈다 뻗다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아주 볼만하다. 그렇지만 유연하지 않은 내 몸에 고통을 주는 과정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덕팔이의 인터셉트. 플랭크를 할 때면 배 아래를 왔다 갔다 하고,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면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픽 하고 쉰다. 그런다고 네가 이효리라도 될 거 같아?라는 눈빛인데 하루빨리 요가 마스터가 돼서 복수라도 하고 싶은 심경이다.


요리도 잘 못하면서 요리를 하고 있는 주인이 어이가 없다

집에서 업무를 하다 보니 밥을 시켜먹거나 아니면 해 먹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데, 선천적으로(?) 배달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특성상 요리의 기술을 강제 터득할 수밖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켓컬리와 베스트 프렌드를 맺은지는 오래지만 이전보다 더욱 자주 격렬하게 찾게 된 나의 일상은 매일 아침 컬리 박스를 푸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요리실력도 유전이라고 본인 피셜 요리를 잘 못하는 우리 엄마의 손맛을 닮은 나는 이미 다 차려져서 굽거나, 볶거나, 찌기만 하는 요리도 잘 못하는데... 이런 나의 모지리 같은 모습을 지켜보는 덕팔이의 모습에 종종 눈치를 보고는 한다. 네가 시어머니야? 응? 적당히 좀 해!


친구들 못 만난다고 하루 종일 영통 하는 누나가 이해가 안 된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나의 고민은 차를 언제 살까라는 이슈. 물론 어떤 차를 살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지만 이 고민을 아직까지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고민스러워서 걱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가뜩이나 사람들 만날 장소도 없어진 탓에 '이제는 진짜 사야만 해!'라고 외치면서도 막상 실행을 못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조차도 어이가 없다. 누굴 만나러 가기도 애매해서 새롭게 놀이 방식으로 채택한 건 바로 영상통화. 하루에 적어도 2시간씩은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은데 가끔 영통 하다 뒤통수가 따가워서 뒤를 돌아보면 덕팔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마치... 아래와 같이 말하는 듯?

'영통 할 에너지 있으면 얼른 차를 사서 몰고 나가면 될 것을 영통을 두 시간 세 시간씩 하면서 오늘도 잘 놀았다고 뿌듯해하는 주인이 이해가 안 간다' - 덕팔 -  


매일 욕을 먹어도 좋다, 예쁜 말만 듣지 않아도 좋다.

그냥 네가 그렇다면 난 너를 그런대로 받아들일게.

그러니까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곁에만 있어줘 덕팔아. 웅?

대신 가끔은 가뭄에 단비처럼 한 번씩 '주인 좋아! 너무 좋아! 주인 최고야!'는 외쳐줘야 해 알겠지?

오늘도 욕먹고 싶지 않아서 아침/저녁으로 산책 나가는 주인 씀


욕쟁이 강아지계의 레전드라는 말티즈 (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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