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임신기간 동안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았다. 참 다행스러운 경우다. 가깝게는 주변에서 듣는 경험담이나 인터넷 글만으로도 입덧의 어려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전혀 없었다. 임신을 하고 조금 더 일찍 피로감을 느끼고 잠이 늘어나긴 했지만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는 다행히 전혀 없었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안정기를 지나 배가 점차 불러감에도 아내는 임심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입덧이 없기 때문일까 아내는 참 다정하게도 뱃속의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에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했다. 그 표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내는 우리 아이가 입덧도 안 하게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분명 착한 아이일 것이라고 한다.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추가로 입덧을 안 하는 것이 어쩌면 태어나서 음식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잘 먹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희망사항을 아내에게 말하곤 한다. 우리 부부는 크게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나는 우리나라에서 수확되는 식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을 가리거나 한 경우는 없다. 딱히 음식 알러지도 없다. 다만 매운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다. 먹으면 며칠을 화장실에서 고생할 때가 부지기수다. 음식으로서 개성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짜거나 달거나 맛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편이다. 남편 식습관이 이러하니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나처럼 음식을 먹는다. 나와 달리 식자재에서 거르는 것들이 좀 있지만 매운 정도나 간은 나와 비슷해졌다. 어찌 보면 하향 평준화라 해야 하나?
입덧을 안 하는 아내를 보며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식탁에 앉아 우리 가족이 모여 밥을 먹을 것을 상상해 본다. 엄마 아빠를 닮아서 음식을 가리지 않을 거라 믿고 있지만, 아마도 투정을 부리며 식탁 위에 원하는 반찬이 없다고 칭얼거리며 포크수저로 식탁을 내리쳐가며 복어처럼 볼을 부풀려 시위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그럴듯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아이를 대할까? 아내는 지금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아이를 대할 듯하다. 나는 어떻게 할까? 널리고 널린 세상의 상투적인 표현을 써가며 먹어달라고 하려나? 어찌하려나?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