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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aldh Sep 25. 2024

짧았던 연애의 흔적

사진 한 장과 스티커 사진 2장

우리의 연애는 정말 짧았었다. 오빠로부터 받은 편지는 100일을 기념했던 편지 한 통뿐이었으며, 우리 둘이 찍었던 인쇄된 스티커 사진 2장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J에게 쓴 편지는 오빠 생일날 준 손편지와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지 말라고 준 연애 초기 화장품 사용법을 적은 편지밖에 없었다. 우리 연애의 과정에서는 '편지'와 '사진'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았다. 이별 후 J의 흔적이 묻어있던 물건을 정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리할 물건이 너무 없었으니깐. '선물'이 그 연애의 가치를 판단하진 않겠지만, 같이 쌓은 추억이 많이 없으니, 내가 혹시라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한 게 된 계기가 되었다.


J는 인물사진 찍는 걸 어색해했고, 나도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는 사진을 찍지 않았고, 나를 찍어주었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도 서운해하지 않았다. 이별을 한 날, J에게 우리 사진이 정말 없었다고 말했는데, '함께 맛있게 먹었던 음식 사진을 찍으면서 추억을 쌓고 있었다고 믿었는데'라는 J의 답변에 난 공감하지 못했다. 가끔씩 음식만 너무 몰두해서 찍는 J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연애가 길었더라도, 아마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을 거다. 사귀자마자 무슨 생각으로 물어봤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웃기지만, 난 오빠한테 농담반 진담반으로 J의 전여자 친구가 궁금하다고 했고, '정말 말랐었지'라는 말에 J와 데이트를 할 때는 먹는 걸 항상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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