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의 시작
섬유근육통 환우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말이 있다. 병명 자체에 ‘근육통’이라는 단어가 붙기 때문에 단순한 근육통 같은 게 아니냐는 기운 빠지는 소리. 나는 그 이야기를 수십 번도 더 듣고 그에 설명을 덧붙여야만 했다. 처음에야 억울한 심정에 열분을 토하곤 했지만 갈수록 설명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 후에는 대충 그렇다고 대답하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독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독한 약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스물을 조금 넘겼던 당시의 나는 처방약 중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심각하게 설명을 해줄 만한 약은 딱히 없었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먹을 때마다 훅 올라오는 약 기운과 통증에 이불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복약을 시작하면 지긋지긋한 통증에 더 이상 시달리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약효를 보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진통제로 올라오는 통증을 억누르는 것뿐.
나는 그때 당시 한 움큼의 약을 하루 세 번 먹어야 하는 것부터가 괴로웠다. 당시에 알약을 한 번에 한 알씩 밖에 못 넘겼기에 약을 먹고 나면 항상 물배가 차기 일쑤였고 그 때문에 낫기 위해 먹는 약들이 벌칙으로 느껴졌다. 또한 약을 먹고 나면 약기운이 확 올라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두통과 오심에 시달려야만 했다.
초반에 내가 먹던 약은 익셀캡슐, 심발타캡슐, 센시발정, 울트라셋이알세미서방정이었다. 이 약들의 공통적인 부작용으로 두통, 무기력, 어지럼증, 구역, 구토, 위장장애가 있는데 나는 그 모든 걸 한 번에 겪어야만 했다. 거기에 시도 때도 없이 날 괴롭히는 통증까지 날 죽이려 했기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운동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누워서 보냈던 것 같다.
하루는 심한 약 부작용에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다. 그날은 내가 준비해 오던 자격증 시험 날이었다. 하지만 너무 심한 어지럼증과 오심에 거동이 불가능했던 나는 시험장 대신 응급실로 향했다. 땅을 딛기 위해 다리를 뻗으면 힘이 풀려 넘어지는 걸 반복했으며 쓰러진 채로 일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에 당장에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지가 없었다. 나는 엄마의 몸에 기대다시피 해 겨우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내게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굉장히 절망적이었다.
"섬유근육통이라는 게 사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겹쳐서 일어나는, 결국엔 증후군의 개념이기 때문에 특별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지금도 약 부작용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온 것이긴 하지만 처음 복용한 약이라면 약에 적응하는 동안은 이럴 수밖에 없거든요. 만약 약이 안 맞는 거라면 약을 바꿔야 하고요."
-나는 이렇게나 힘든데 그냥 버텨야 한다고?
내가 당시에 느끼는 바로는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더 힘들어진 몸 상태에 내 몸을 버리고만 싶었다. 어떠한 것이라도 진단을 받게 된다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진단을 받음으로써 나와 가족들이 감당해 내야 하는 것들이 오히려 더 많아진 것만 같아서 몸도 몸이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