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통 그 외의 이야기
나에겐 섬유근육통 말고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녀석들이 있었는데 바로 ‘천식’과 ‘편두통’이다. 나는 2017년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이 오던 날들이 많아졌다. 전례 없던 증상이었다. 실외 활동을 하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실내에서는 이따금씩 숨이 차오르는 날들이 있었다. 당시 대학교 응원단이었던 나는 폐쇄된 곳에서 연습을 하며 그 먼지를 그대로 다 마시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에 숨이 턱 막혀 연습을 하다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질병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단지 내가 체력이 떨어졌구나 싶은 마음에 체력 증진에 좋다는 영양제란 영양제는 다 찾아먹으며 그 공간에서 더 열심히 뛰는 걸 선택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내 몸을 내가 축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방치하며 지내길 몇 달, 연말 무렵 나는 감기 기운과 더 심해진 호흡곤란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학교 근처에 위치한 내과 의원에 갔다. 원장님은 내게 천식을 진단받은 적이 없냐고 물으셨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병명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이어서 원장님은 알레르기 검사를 권하셨고 그에 혈액검사를 시행했다. 며칠 후 방문한 병원에서는 알레르기 수치가 남들의 세 배 이상으로 높아져 있었고 그와 동시에 *MAST 검사와 *PFT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나는 ‘천식’으로 진단받았다. 그날 나는 저녁에 루틴으로 먹어야 하는 약들과 천식에 쓰이는 벤토린이라는 기관지 확장제를 처음으로 받게 되었는데 벤토린을 받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몇 번을 만지작거렸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천식이 나아졌다 심해졌다를 반복했고 급성 발작에 쓰이던 벤토린에 지속형 제재인 렐바라는 흡입기를 추가로 받아왔다. 처음에는 용량이 100인 약제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유발인자가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증상이 악화되어 200으로 용량을 높였다. 하지만 나는 그에도 숨이 차는 날들이 많아졌고 원장님께서는 혹시 모르니 3차 병원으로 가보자며 의뢰서를 작성해 주셨다. 어렸을 때 이후로 발을 들인 적이 없던 3차 병원에 다시 갔을 때에는 사실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호흡기 내과라 그런지 내 또래 또한 거의 없었고 다 나이 드신 분들만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두려움이 더 커졌다.
‘만약 다른 질환이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안고 나는 모든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했다.
“천식 맞아요.”
어쩌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3달 간격으로 추적관찰을 하기로 했고 바뀐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점차적으로 나아졌다. 그렇게 모든 아픔이 잠잠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날 찾아온 두통 때문에 나는 또다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매일을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며 진통제로 버텨내는 도중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동네 이비인후과 의원에 가게 되었다. 그때 당시 원장님께서는 ‘편두통’인 것 같다고 하시며 여기서 보긴 힘들 것 같다며 바로 의뢰서를 작성해 주셨다. 나는 당시 갑작스레 발병했던 천식 때문에 다니고 있던 동네 3차 병원 신경과를 바로 예약했다.
신경과에서 MRI, CT를 다 찍은 후 나는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오랜 시간 신경과 치료를 받았다. 사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편두통을 가볍게 여기곤 한다. 하지만 편두통은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다.
“편두통? 그거 그냥 머리 한쪽이 아픈 거 아니야?”
라는 소리를 내뱉는 사람의 입을 틀어 막고 싶을 정도로 편두통은 단순한 이름에 비해 굉장히 고통스럽다. 나는 편두통이 오기 전 쉴 새 없는 하품을 해냄과 동시에 소리와 빛에 예민해진다. 이걸 편두통 전조증상이라고 한다. 그 이후 엄청난 두통과 동시에 구역감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심한 날에는 먹는 족족 구토를 해대곤 했다. 뇌와 위장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두통이 오면 오심이 시작되거나 오심이 시작되면 두통이 시작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 역시 앞전에 말했듯 나는 당시 다니던 동네 3차 병원 신경과 교수님께서 더 이상은 본인의 손을 벗어난 것 같다며 타 병원 의뢰서를 써주셨었다. 하지만 10월이었던 당시 내가 잡은 예약은 한참 후였던 12월 말이었고 거의 두 달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나는 두통과 멎지 않는 구토에 매일 같이 동네 의원을 출근하듯 갔다. 구토 증상 때문에 난생처음으로 위내시경도 했지만 *장상피화생만이 발견되었을 뿐 이렇게 계속해서 구토를 유발할 만한 원인은 딱히 나오지 않았다.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의원 원장님께서는 다른 환자가 없는 시간을 틈타 진료 도중 그 자리에서 직접 병원에 전화를 해 또 다른 병원에 외래 진료를 빠른 시일 내에 잡아주셨다.
"이번엔 정말 끝장을 본다고 생각하고 병원 다 가봐요."
이 말이 그 당시에는 얼마나 든든했던지 모른다. 이어서 원장님께서는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다며 웃어주셨는데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부모님과 함께 강남 일원동에 위치한 병원에 가게 되었다. (2020.10.23) 섬유근육통을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날이었기에 가족 모두의 마음이 결코 가볍지는 않은 상태 었다. 신경과에 가니 간호사 선생님께서는 두통에 관련된 설문지를 내 손에 한가득 쥐어주셨다. 그동안의 통증과 생활이 어떠했는지 묻는 설문지였다. (이 설문지는 이후 재진 때도 매번 받았다)
“평소에도 느끼겠지만 현재 두통 양상을 보면 편두통 환자 중에서도 심한 편에 속해요. 편두통이 맞겠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도 할게요.”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혹시 모를 다른 상황에 대비해 *MRA를 찍기로 했다. 현재는 두통으로 인해 MRI나 MRA를 찍게 되면 비급여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급여였기에 교수님도 검사 처방을 바로 내려주셨고 빠른 시일 내에 MRA를 찍었던 것 같다. 검사 결과 다행히도 눈에 보이는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편두통으로 확진을 받고 두통일기라는 것을 받았다. 거기에는 매일 두통의 양상과 심한 정도 등을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복용 중인 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 섬유근통에 쓰이는 진통제인 *트라마돌 계열의 약들. 그 이유는 그 약물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단기간의 스테로이드 요법을 진행하며 편두통 예방치료를 병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편두통 예방약을 처방받았다. 처음 받게 되었던 편두통 예방약은 아미트립틸린, 플루나리진, 토피라메이트였다. 그리고 트립탄제로는 전에도 사용해 보았던 알모그란정을 받았다. 중요한 건 진통제였는데 당시 상당한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던 나에게 진통제 금지라는 교수님의 처방이 떨어졌다. 진통제가 있어도 생활에 지장이 가던 나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또한 편두통으로 진단을 받은 후 나는 당시엔 흔하지 않았던 편두통 주사치료를 권유받았었다. ‘앰OOO’라는 주사제인데 현재 편두통 예방주사로 알려져 있는 그 약제이다. 사실 그때 당시에는 사례가 많지 않기도 했고 주사펜 하나에 55만 원이었기에 주저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지불하는 게 아니었기에 더더욱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빠는 바로 주사치료를 해보자고 하셨다. 당시에는 제약회사에서 한 주는 지원을 해주었지만 그 이후에 드는 주사제 n주의 비용은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약품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컸다. MRI를 찍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비싼 약제를 써야 하는 나 자신이 너무 불효녀 같이 느껴졌다.
내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그 시점부터 나는 아플 때마다 나를 탓하는 버릇이 생겼다.
*MAST(Multiple Allergen Simultaneous Test) 검사-다중 알레르기 항원 동시 검사법.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로 혈액을 채취해 시행함. 증상이 있을 때에 한해 급여로 시행하며 그 외에는 비급여로 시행.
*PFT(Pulmonary function Test)-말 그대로 폐기능검사이다. 폐활량측정, 폐확산능력 검사 등을 시행한다.
*장상피화생-위 내에 염증반응이 오래 지속되면서 위 점막의 정상적인 구조물들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과 유사한 세포들로 바뀐 것을 말한다.
*MRI-고식적 혈관조영술 및 CT 혈관조영술과 마찬가지로 MRA로 혈관의 세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단, 비용은 더 비싸지만 MRA가 더 안전하고 시행하기에도 더 간편하다. 종종, MRA는 조영제 주사 없이 실시할 수 있다. [MSD 매뉴얼]
*트라마돌-트라마돌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진통제이다. 중추신경계에서 통증 자극 전달에 관여하여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아편에서 유래한 성분과 유사한 구조의 합성마약제에 속하지만, 의존성과 부작용이 낮은 편이어서 국내에서는 마약류로 분류하지 않는다. [약학용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