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그만 쓰고 비디오 노트를 써라
김도현 뉴미디어 영어
뉴욕대(NYU)에서 영어교육을 주제로 미디어 디자인을 그리고 뉴욕 스타트업에서 3+1년간 일하며 얻은 경험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귀국했습니다.
지난 5년간 4권의 책을 출판하며 떠올렸던 감정, 그리고 대치동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가르치며 알게 된 현장과 이론의 차이, 그렇게 일상을 통해 배운 내용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10분 정도의 길이로 아이폰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인 학습 매체인 종이 책을 읽고 노트에 연필로 적는 방식은 뉴미디어(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아이패드 등의 기기)가 주요 매체가 된 학습 환경에 맞게 보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에버노트를 통한 "비디오 노트" 작성법을 소개하고 실제 영어 학습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글입니다.
효과적인 영작연습을 위한 에버노트 사용방법은 아래 1편을 먼저 확인하세요.
https://brunch.co.kr/@dohyunkim/26
효과적인 영어 학습을 위한 에버노트 활용법 #2편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만들어라, 강의를 듣고 노트를 정리하면 공부에 도움이 된다. 뭐...말은 좋죠. 그러나 실제로 몇 분이나 하고 계실까 생각해보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죠.
분명 좋다는 걸 알지만 대부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우리 열정이 부족해서, 아니면 게을러서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죠.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영어 일기를 쓰면 영작에 도움이 되는 건 맞지만, 실제로 우리가 일기를 쓰지 못하는 이유를 언급했죠. 그리고 그 해결방법을 소개했듯이, 오늘은 독서 노트를 만드는 것이 좋은지 알지만, 우리가 실제로 하지 않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소개할 겁니다. 참고로 여기선 독서 노트, 강의 노트를 모두 포함해서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해할 겁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종이 책을 읽고 노트에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가 매체나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해보신 적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저 역시 같은 고민을 했죠.
제가 독서 노트 건, 강의 노트 건 정리를 못 하는 이유는 사실 제가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지 않는 매체(medium)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독서 노트는커녕 종이 책도 안 읽었습니다. 실제로 유학 가기 전 원서를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죠. 영어 공부를 위한 독서 노트 만들기는 마치 화성에 물을 찾으러 가겠다는 것처럼 인류를 위해 대단히 중요 하지만 남의 얘기처럼 피부에 와 닿진 않더군요.
왜 그런지 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트 작성법은 아래 사진과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정말 너무 부럽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제 영혼을 팔아서라도 배우고 싶을 정도였죠.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알 겁니다. 전체 인구의 45%는 "성향상" 절대 저렇게 정리 못 합니다.
제가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실제로 저렇게 해야만 정리가 되고 학습을 하는 종족이 따로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종족입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최대 45%는 다른 종족입니다. 우리는 사실 종이에 정리하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아웃풋을 내는 사람들이죠.
우리는 이따위로 정리해놓는 종족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낙오되어 곧 지구를 떠나야 할까요? 제가 거의 떠날 뻔했는데 마지막에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악필에 왼손잡이인 제가 종이 노트에 잘 정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아래와 같은 수준으로 종이에 필기하고 있는데요.
연필과 종이를 쥐여 주고 정리하라고 하면 아직도 저따위로 정리해 놓는 사람입니다.
억울한 건, 예전에 학교에서 전통적인 매체, 종이와 연필만 사용하여 숙제를 하면, 제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고 철학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하기도 전에 글씨 못 섰다고 선생님 혼날 때 입니다.
그러나 2012년 유학 중 뉴미디어 학습을 연구하면서 보니, 이제는 대학교에 가면 손 글씨로 페이퍼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다 컴퓨터로 쓰고 발표하고 소통합니다.
저도 유학 중에는 컴퓨터로 구글에서 리서치를 하고, Final Cut Pro/포토샵을 이용해 이미지 파일을 에디팅 해서는 에버노트 같은 앱에 정리해 놓았다가 최종 페이퍼를 이메일로 제출했는데요.
그러자 대학원 때는 4명 중 2명의 교수(인지 과학, 뉴미디어 디자인 교수)가 제 페이퍼를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샘플로 가져갔고, 매 학기 4개 중 2개의 프로젝트에서 리더를 맡았습니다. 여전히 종이로는 악필인데도요.
제가 겪은 두 가지 경형의 큰 차이는 어디서 나온 거죠? 이 전에는 정리도 못 하는 무식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자신에게 맞는 매체와 기술, 즉 medium의 사용이 틀려 던 겁니다.
뉴미디어 학습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저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매체(media)가 있으며, 10년 전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이러한 매체들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폰과 인터넷이 없는 시절 저 같은 손 글씨 악필 자들은 그냥 낙오자로 인식되기 쉬웠죠. 마치, 대장장이에게 가위를 주고 물건을 만들라고 했고 미용사에겐 망치를 주고는 머리를 자르라고 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에게 딱 맞는 매체와 기술을 찾아 학습을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소개할 "비디오 노트"나 "뉴미디어 기술"이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적인 건 아닙니다. 전통적인 방법이 저에게 맞지 않았듯이 뉴미디어가 맞지 않는 사람도 역시 있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어떤 성향의 학습자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죠.
자, 여기서 소개하는 내용은 성향이 "비주얼 러너(visual learner)"쪽에 가까운 사람을 말합니다. 비주얼 러너란, 시청각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학습자로 배우는 속도는 느리지만 한번 배우면 그림 그리듯이 자세히 정보를 꺼내어(recall) 사용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이죠.
또한, 전통적인 학습 매체인 종이, 책, 연필, 노트를 사용하기보다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 활용으로 비언어적인 정보(non-linguistic information: 색감, 맛, 소리, 표정 등)를 습득하여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저의 경우 전자책을 더 선호하고 강의도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를 좋아합니다. 실제로 종이 책을 사용하거나 오프라인 강의를 보면 집중력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떨어지죠.
그리고 배우는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려서 일반적인 오프라인 강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머리가 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입니다. 배우는 동안 입력되는 너무 많은 정보(사람의 표정, 색상, 맛, 당시 내 마음, 창밖의 빗소리)를 다 잡아 가져가려고 하므로 뇌에 병목 현상: 입력 대비 처리 속도가 느려서 그런 거죠.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병목 현상이 생기거나 조금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한 시점에 바로 영상을 멈추고 충분히 생각을 정리 하거나 모르는 부분은 리서치까지 한 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강의는 머릿속에 모든 정보가 처리되기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계속 지나가므로, 모르는 내용이 쌓이게 되고 점점 학교/학원 과정을 따라가기 힘들어지는 거죠. 혹시, 이런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성향에 맞는 방식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전통적으로 똑똑하다는 평을 듣는 학습자는 언어적으로 뛰어난 linguistic intelligence를 말합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더 선호하고 종이책 또는 문자/글자에 더 민감하죠.
또한, 배움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얼굴을 맞대고 하는 오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속도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이분들은 오히려 천천히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를 보면 졸음이 몰려오죠. 종이 시험에 강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전달하는데 능합니다.
사실 완전히 칼로 자르듯이 "나는 이런 성향이야"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런 성향이 더 크다"라는 쪽으로 결론이 납니다. 즉,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성향이 섞여 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성향이 더 도드라지는 거죠. 그 도드라진 성향을 기준으로 지금 학습을 디자인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 비주얼 러너에게 날개를 달아 줄 비디오 노트 작성 방법을 설명해 드리죠.
비디오 노트란 단순히 말해서 비디오 보는 것을 책 읽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겁니다. 주로 영상을 보면서 입력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죠. 단지, 연필로 종이에 필기하는 것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담아내어 비주얼 러너의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저의 경우 좋은 영어 표현을 발견하면, 보던 비디오 화면을 그대로 캡처하고 "왜" 그 화면을 저장했는지 밑에 간단히 쓰는 것을 기본 활동으로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언제든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머릿속에서 감정, 그리고 지식을 노트를 통해 습득하게 되죠.
아래 사진은 에버노트를 통해 TED 영상을 볼 때 제가 만든 "비디오 노트"입니다.
위에 사진은 "lousy"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화면을 찍어 에버노트에 담고 그 바로 밑에 "lousy: 형편없는 불결한"이라는 뜻을 적은 겁니다.
종이 필기와는 달리 연설자의 표정(비언어적인 정보)이 단어 뜻(언어적인 정보)을 함께 연결되어 제 머릿속에 저장되죠. 이를 통해 제가 실제로 "lousy"라고 말할 때 저 연설자의 표정도 함께 떠오르게 됩니다. 감정이 같이 전달되죠.
왜냐하면 입력할 단편적인 입력인, "영어-한국어 뜻"이 아닌, 표정, 소리, 색상과 같은 비언어적인 정보가 영어 단어와 함께 "입체적으로 입력"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출력되고 장기 기억에 남게 하죠.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표현, "The thing lasted all of three weeks"을 배울 때 에버노트에 해당 내용을 저장하면서 표현과 함께 이미지 속 연설자의 손짓과 심지어 마음에 안 드는 보라색 넥타이를 하고 있네 라는 제 감정까지 같이 연결되어 머릿속에 스토리로 들어온다는 겁니다.
이미지와 글씨의 조합만으로도 사실 입체적인 입력으로서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음성 녹음 기능으로 소리 정보까지 사용한다면 더 풍성한 학습을 디자인할 수 있죠. 정보의 형태로 보면 시각 정보 + 청각 정보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저 같은 경우 영어 발음을 공부할 때 사진이나 발음 기호로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정확히 그 아날로그 정보를 설명할 수가 없었죠. 특히 발음기호를 잘 읽지도 못했고요. 사실 손 글씨로 발음이라는 소리 정보를 필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겁니다.
최고의 방법은 역시 영어 발음, 그 소리를 실제로 기록해서 듣고 따라 해 보는 거죠.
아래 사진처럼 발음 강의를 볼 때, 선생님의 모습과 글자, 발음기호를 스크린 캡처해 놓았을 뿐 아니라, 목소리를 에버노트 녹음 기능으로 저장했습니다. 저의 목소리도 해당 발음을 따라 하면서 같이 녹음해 놓았죠.
미국 영어에서 링킹, 연음현상에 대한 공부를 하며 만든 비디오 노트
이렇게 서로 겹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 "시각 + 청각+ 그 외에 감각"을 이용한 학습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우리의 뇌는 개념적으로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에 대해 다른 두 개의 채널과 처리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걸 Dual Coding theory라고 하는데요(Paivio, 1986).
만약, 영어를 배울 때 같은 내용을 계속 책의 글로(시각 정보)만 보게 되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에 부하가 걸립니다. 그러면 정보를 제대로 처리해서 장기기억으로 보낼 여력이 없어지죠. 즉, 배운 것을 금세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읽던 내용을 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북(청각 정보)과 함께 섞어주면 뇌에 load 되는 정보량이 "시각 <- -> 청각" 양쪽으로 분산되어 뇌가 남은 용량으로 입력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적절히 보낼 수도 있게 됩니다. 기억에 오래 남게 되죠.
뿐만 아니라 영어 공부할 때 우리가 자막을 넣고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앞서 설명한 이론을 근거로 미드나 영화를 볼 때 자막을 보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영어/한국어 자막 중에 어떤 걸 봐야 하는지 그 결정을 도와줄 제 특강 영상도 공유해 드립니다.
https://youtu.be/Jt9u8FbJ0Xw
비디오 노트 작성에 대한 예를 하나 더 보죠.
이번에는 효율에 대한 부분을 설명할 건데요. 아래 사진은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영화를 보면서 군대 용어, "우향우"라는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하는지 마주친 순간입니다.
당시 제 아이폰으로 화면을 찍어 에버노트에 보낸 건데요. 폰으로 찍은 사진을 찍는 순간 바로 제 컴퓨터의 에버노트 앱으로 전송되고 여기에 한 줄 정도의 코멘트만 컴퓨터에서 타이핑해 저장한 겁니다.
자동 동기화(Sync) 설정을 에버노트에 했기 때문에 아이폰에서 작성한 냉용/사진 등을 바로 다른 디바이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컴퓨터로 모든 작업을 하는 것보다는 에버노트의 경우 모든 디바이스에서 연결이 되어있어서 아이폰으로는 주로 사진/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작업을 하고 편집 및 노트 필기는 컴퓨터로 하죠. 이렇게 각각의 작업을 분리하면 더 효율적입니다.
특히, 저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 한 정보를 빼낼 때도 종이 매체보다 우수한 점은 "~를 영어로 어떻게 하더라... 예전에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앱 자체에서 제공하는 검색 기능으로(사진 내에 자막까지 찾아 줌) 빠르게 해당 표현을 다시 찾아낼 수 있죠. 종이 책의 경우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드는 작업입니다.
제가 영어 노트만 1,000개 이상 되니 이걸 종이로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볼 수 없죠. 즉,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필요한 내용을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항상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찾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죠. 학습에서 중요한 학습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없게 되어 "on demand & in time learning"이 힘듭니다.
그러나 에버노트의 경우(에버노트와 유사한 OneNote도 가능) 항상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언제든 학습 골든 타임을 지키며 활용할 수 있죠.
에버노트 검색 기능을 이용해 필요한 표현을 바로 찾아낼 수 있음
비디오 노트란 단순히 말해서 멀티미디어 자료를 전통적인 매체보다 선호하는 사람이 정보를 입력하고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종이에 적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항상 강조했듯이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매체가 있으니 그걸로 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했죠. 그리고 최고의 방법은 항상 전통적인 방식과 뉴미디어 방식 두 가지를 모두 합치는 거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전통적인 방법인 아날로그 형태와 뉴미디어 방법인 디지털 형태를 함께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제가 영어 라이팅을 배울 때 연필과 종이로 에세이를 쓴 것을 다시 디지털로 기능으로 추가 정보를 입력하고 보관했는데요.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악필인 제가 피드백을 받고서 실제 종이 위에 필요한 정보를 더 추가하려고 보니, 하나뿐인 소중한 자료가 지저분해지고 망가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서는 다음 학기만 돼도 잃어버려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이 자료는 사진으로 찍어 에버노트에 보낸 뒤에 디지털 형태로 태그를 걸거나 필요한 부분은 추가로 필기했었습니다. 디지털화된 필기는 틀리면 언제든 수정할 수 있습니다.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혼합하여 정리 하이라이트를 실제 종이 책에 했는데 나중에 보니 틀려서 지우지도 못하고 고민한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hybrid 방식은 그런 점에서 매우 안전했죠. 그리고 아날로그 노트를 장기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쭉 확인해 보면, 우선 아날로그 방식인 손으로 글씨를 썼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내 생각이나 느낌 등을 다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첨가합니다. 그리고 언제든 해당 내용을 다시 수정, 추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거죠.
이 과정을 정확히 반대로 해도 됩니다. 먼저 컴퓨터를 통해 구글링도 하고 워드 프로그램으로 타이핑해서 글을 쓰고 프린트해서 제출하죠. 그리고 이를 나중에 손 글씨로 추가 정보를 써줘도 됩니다. 두 가지 다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지만 주가 되는 방식은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시작하면 되죠.
처음에는 배운 내용을 손글씨로 필기하지 않고 사진을 찍고 앱에 저장하자 선생님이 저를 보고 황당해하더라고요. 그리고 스마트 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 못 하게 하는 선생님도 계셨죠. 당시가 2012년 정도였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이렇게 하지 않았던 거죠.
마치, 제가 게을러서 필기 안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사실은 집에 가서 더 자세히 공부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죠. 나중에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 제가 만든 디지털 노트를 보여드리자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재밌는 건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우리 반 학생들 반 이상이 아이패드를 사서 전부 저처럼 했다는 겁니다. 세로운 세상에 눈을 뜬 거죠. 지금은 2020년이니 아마 대학교 가면 이런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을 겁니다.
단지, 지금도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그냥 따라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이번 기회에 왜 그런지 그리고 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겁니다.
잠깐, 비디오 자료를 보며 정리하는 비디오 노트는 장점만 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비디오 매체가 가진 단점은 종이 매체에 비해 같은 내용을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 항상 똑같이 소비된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종이 책의 경우 영어 실력이 늘어 감에 따라 여러분들이 소비하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즉 영어를 못할 때 300페이지 책을 5시간 걸려 읽었다면, 영어 실력, 독서능력이 향상되면 2시간이면 같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비디오의 경우 실력이 늘었다고 해서 2시간짜리 비디오를 1시간에 볼 수는 없죠. 고급, 중급, 초급자 모두 2시간짜리 비디오는 2시간을 그대로 다 소비해야 됩니다. 이것이 비디오 매체가 가진 최대 단점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필요했죠.
저의 경우 하이퍼 링크를 노트에 추가해서 단점을 보완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파란색 하이퍼 링크를 같이 기록하는데요. 그러면 주요 장면, 즉 제가 나중에 다시 확인할 내용이 담긴 것에 대해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 않아도 정확히 해당 장면을 찾아낼 수 있죠. 시간 정보를 담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t=48m9s는 48분 9초부터 시작하라는 걸 의미합니다.
실제로 하이퍼 링크를 클릭하면, 바로 48분 9초부터 시작되어 그 장면을 1분 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의 경우 시간까지 같이 주소에 자동으로 넣어 주기 때문에 따로 시간이 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죠. 1초면 자동으로 시간 정보가 주소에 추가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뉴미디어와 전통적인 방식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아날로그 감성, 즉 종이 책을 내 손으로 집어 넘기는 느낌, 손 글씨가 주는 손끝에 감각은 절대 디지털 기기가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죠.
반대로 인터렉션이나 비디오 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자료는 종이 매체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사용자 기호에 맞게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거죠.
실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는 것은 뇌의 다른 부분을 활성화시킵니다. 정확히 같은 내용을 연필로 종이에 적는 것과 컴퓨터로 타이핑해 적은 것을 결과물만 보면 우리 눈에는 비슷한 활동으로 보이지만 뇌에는 완전히 다른 활동이고 능력이죠. 그리고 우리는 살면서 이 두 가지 능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종이 책도 읽습니다. 비디오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프라인 강의도 가서 보죠. 그렇다고 이 두 가지를 5:5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선호하는 매체의 비중을 높여 7:3으로 한다거나 하면서 즐거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죠.
그리고 두 가지를 다 한다고 해서 종이책으로 1시간 전자책으로 1시간 이렇게 두 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어진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1시간 내에서 같은 토픽의 책을 전자책으로 40분 종이책으로 20분 이렇게 분배하는 거죠. 이를 통해 효율이 최대 3~7배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하죠.
생각해 보면, 비디오 노트를 만들게 된 것은 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손 글씨로 필기하기를 싫어하지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죠. 특히 논문 쓸 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열심히 종이 책에 쓰라고 하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기술과 매체를 이용해 제 단점을 극복한 겁니다.
제가 이런 매체 선택에 대한 내용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맞는 매체를 찾으려는 시도를 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자칫 학교 시스템 안에서 잘못된 매체/도구의 사용으로 낙오자로 오인될 수도 있었죠. 매체나 도구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종이 + 연필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걸 사용하지 못하는 대장장이는 그냥 바보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은 결국 틀렸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 기술과 환경이 저에게 맞는 도구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우연히 저의 성향을 알게 된 거죠. 그렇게 못 하던 영어도 언어학이 아니라 결국 기술을 기반으로 저만의 학습 방식을 디자인해서 극복한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혜택을 이미 7년간 받아왔습니다.
유튜브와 구글이 이미 존재하고 그것을 연결하는 스마트 폰이 내 주머니에 항상 있으며, 기록 매체인 비디오와 사진은 무료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이 엄청난 혜택을 사용할 방법을 아직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할 방법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저는 항상 남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자 대치동 현장에선 학원을 운영하며 초/중등 학생에게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성인 학습자에게 오늘처럼 비디오 노트 작성법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비록 저는 우연히 저의 호기심을 따라가다가 이러한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여러분은 스스로 이러한 매체나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맞는 토픽, 매체,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학습을 진행해보세요.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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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해석이 아닌, 입체적인 입력으로 글의 의미와 뉘앙스를 습득할 수 있는 어휘책:
틀리지 않는 영어가 아니라 틀렸을 때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유일한 책:
https://brunch.co.kr/@dohyunkim/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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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도현 각 권 금액: 1만 원
여러 권 동시 구매를 원하는 경우 한 번에 총금액을 입금, 1. 입금자명 + 2. 원하는 책 제목 3. 책 타입, 예를 들어 "김도현, 문법, 전치사, 5%, iBook/PDF" 형식으로 보내주세요.
[대치동 뉴미디어 영어 학원]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대치동 현장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영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https://www.newmediaengli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