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나무에 열매가 가득한 사람
하루 종일 머릿속만 바쁘고, 모든 결과는 늦는 사람.
기록이 아니라, 완주가 목표인 사람.
출발선 앞에서 왼발, 오른발,
고민하느라 시작도 못 하는 사람.
굳이 좋은 말로 포장하자면,
이 글의 제목은 ‘느림의 핑계’라 할 수 있겠다.
던져진 질문들에 고민하느라 대답을 못한다.
걸음도 느린 주제에, 멈추기도 자주 멈춘다.
애매하면 시작도 안 한다.
나의 매일은 핑계로 가득하다.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지,
이 말을 지금 해도 될지,
머릿속이 끊임없이 시끄럽다.
언제나 천천히 걷고,
그마저도 물웅덩이가 있을까 봐 바닥을 자주 살핀다.
들꽃이 예쁘면 멈춰서 한참이나 바라본다.
이해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넘어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으면, 시작이 두려워진다.
쓰다 보니 알겠다.
내 모든 생각은 결국 ‘두려움’에서 시작한다는 걸.
두려움은 내게서 용기를 가져간다.
나에게 있었을지도 모르는 기회들을 앗아간다.
돌이켜보면 후회만 남게 한다.
어쩌면,
어쩌면 그때,
두려움을 이기고 나의 선택을 믿었더라면,
내가 기회를 잡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젠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하지만 나는 멈출지언정 뒤돌아 보지 않을 거다.
가령 멈추고 싶어 망설인다고 해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