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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제 Apr 06. 2024

바보

성경공부

이제는 누가 봐도, 그래

이상하다 싶었다.


성경에 관한 PPT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었다.

다 성경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공부했는지, 그 공부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등에 관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코칭선생님은 설명을 마치면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은밀하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아무나 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신청서도 작성하고 면접도 봐서 합격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공부라고 강조했다.


면접은 생각보다 별건 없겠지만, 이번주 토요일에 면접에 앞서 얼굴 익히는 느낌으로 회사분들과 가볍게 식사자리를 가져보는 건 어떠냐면 제안을 했다.


원래 이런 자리를 아무나 만들 순 없는데, 자신이 우리에 대해 좋게 얘기를 해놨고, 그걸 프로그램 담당자이자 자신이 신입시절부터 도움받았던 선배가 도와주고자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것이었다.

면접은 3시였고, 그전에 식사를 하면 되니 시간도 딱이라며 코칭선생님은 면접 장소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을 더 해줬는데,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그만큼 면접관도 많이 필요하니  큰 강당 같은 곳에서 진행된다고 했다.


여전히 옆에서 민영언니는 호들갑이었고,

난 조용히 패닉이었다.


아, 이번주 토요일 그 자리에 가는 순간 진짜 끝일 것이라고

이상함을 느끼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더랬다.


뭐 거기까지 듣고 그 이후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대충 기계적인 리액션과 대답만 하고 부랴부랴 마무리를 지었다.




집에 돌아오니 드는 건 배신감과 의문이었다.


참 사람을 좋아하는 나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럼 그동안 모든 게 설계였다고?

코칭선생님은 그렇다 쳐도, 그럼

민영언니는?




코칭선생님은 만난 지 2주밖에 안 됐다지만, 언니와는 그래도 함께 지낸 시간도 있고, 설계로 만났다기엔 너무 거창하지 않았겠는가.

확률은 반반이었다. 설계자 한 명에 피해자 둘일지, 설계자 두 명에 피해자 한 명 일지.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건 포교자와 바람잡이 아닌가.

확인이 필요했다.

언니마저도 한패라는 확실한 것이.


일단, 나는 먼저 언니에게 같이 하기로 한 그 '성경공부'는 안 하겠노라 카톡을 보냈다.

장황하고도 거창한 이유를 들먹이면서 좋게 좋게 내 의사를 전하고, 혹시 내가 안 하더라도 언니가 하고 싶으면 언닌 남아서 그 공부를 하라며.


다행인지(?) 언니는 내가 안 하면 자기도 안 한다며 같이 그만두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그 길로 단톡방을 나오고, 코칭선생님의 번호를 지워버린 나는 여전히 민영언니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데, 그렇게 공부를 안 하겠노라 선언하고 이틀 뒤 민영언니에게서 온 연락 한통에 나는


그 길로 언니를 끊어버렸다.




"너가 그렇게 안 한다고 나가버렸잖아? 근데 나도 좀 찝찝해서 한번 알아봤거든 요즘 왜 그런 식으로 꼬드기는 사람들 좀 있잖아.

내가 아는 선배 중에 진짜 교회 다니는 선배가 있어서 물어봤거든? 근데 그 선배 말로는 성경공부는 누구나 하는 거 기는 하지만, 정 그 코칭선생님이 의심되면 자기가 알아봐 줄 수 있대! 아시는 분이 이단상담소 운영하시나 보더라고

그래서 그런데, 우리 상담 한번 받아볼까? 그 선배랑 이단상담소 원장님이랑 해서 넷이 같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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