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답은 정해져 있다.
갖은 오해와 편견을 가진 성경이라지만, 내가 유독 성경과 예수, 교회에 대해서 거부감이 심했던 건 중학교 때의 일이 컸다.
중학교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그 중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기독교의 이념을 바탕으로 설립된 중학교는 종교의 '종'의 개념도 없었던 어린 중학생에게는 조금 버거운 곳이었다.
입학과 동시에 예배의식에 대한 교육과, 찬송가, 주기도문과 기도노래를 배우는 과정이 필수로 들어가 있었고 학교에 상주해 계시는 목사님과 방과 후 기독교 동아리까지 있었다.
매주 수요일 6교시에 방송으로 진행되는 예배시간은 한 반씩 돌아가면서 주최를 해야 했었는데 예배 시작 전 부르는 찬송가 1개와, 기도 중간에 부르는 곡 2개, 마지막곡 1개 총 4개의 찬송가를 준비해야 했었고 반장은 앞에 나와서 지휘를 부반장은 피아노 반주를 쳐야만 했었다.
예배시간에 빠질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개개인의 자유 또한 없었다.
정말 안 좋은 기억이 가득이었는데 천진난만했던 중학생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미션스쿨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강제 예배에 참여해야만 했던 친구들과는 끈끈한 의리가 생겼고, 그런 우리들을 인자하게 이해해 주시던 담임선생님은 한숨 돌릴 안식처였다.
그렇게 어찌저찌 적응해 나가던 어느 날.
중학교 3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에 일은 터졌다.
시험은 목, 금이었는데 돌아오는 수요일 예배시간을 주최해야 하는 건 우리 반이었다.
설마 중학교 3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고사와 같이 중요한 이 시기에 예배준비를 하라고 하겠어?
천진난만했던 아이들은 그렇게 넘겨짚었고, 예배일은 다가왔다.
그리고 그날
전교생에게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예배시간은 최악 그 자체였다.
기말고사와 상관없이 예배는 진행되었고,
그 사실을 수요일 3교시가 돼서야 안 우리들은 부랴부랴 찬송가를 준비해야 했는데, 준비해야 할 찬송가가 4개나 되고 기도할 대본도 써야 하는 대공황 그 자체였다.
어찌저찌 그냥 찬송가 1개로 우려먹자라고 뻔뻔하게 나가봤지만, 부실한 준비는 목사님의 심기를 거슬리기에 충분했나 보다.
30분 즈음 마지막 기도를 끝마치고, '목사님의 말씀' 시간이 돌아와 넘겨진 마이크를 잡고 목사님은 우리의 태도와 안일함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장장 20분 동안.
그 와중에 들리는 담임선생님에 대한 자질평가, 반장과 부반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우리들의 앞으로 미래 이야기까지 건드리는 건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이래저래 기독교는 내게 최악의 인상이었다.
"이거 요즘 아는 사람만 아는 공부법이야."
라고 서두를 뗀 민영언니의 말은 이랬다.
서울에 청담, 대치, 강남 등등 잘 나가는 부자들이나 성공한 사람들.
돈 많은 엄마아빠들이 자식교육을 하는데 요즘 핫한 공부법이 바로 '성경'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철학공부를 시켰다지만 그건 좀 한물갔고 요즘 떠오르는 게 성경이며,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배우는 공부법인지라 누구에게 함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비장의 공부법이라는 게 언니의 얘기였다.
너도나도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니까 알려주지 않고 몰래 하는 공부법인지라, 자기도 알았을 때 그냥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걸 보다니!
놀란 눈치의 민영언니를 보며 난 순진하게도 '그런가...?'라는 생각을 했더란다.
고심을 하는 내게 코칭쌤이 한 가지 팁을 줬는데,
네 가지 중 어떤 걸 선택해도 자유지만
철학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공부를 하기엔 너무나도 방대하고 어려운 양이고
유교와 불교는 아무래도 중국 기반한 문화이기에 한자공부가 필수여서 이것도 어려운 길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근데 그러면,
사실상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해 보면 중학교 때의 일은 벌써 10여 년도 더 지난 일이니
나야말로 편견을 좀 깨볼 때가 되지 않았겠냐며, 반 강제적으로 떠밀리다시피
그래 성경 공부 까짓 껏 해보지 뭐-
결정을 하자마자 코칭쌤은 다음장으로 피피티를 넘겼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치, 미리 준비했다는 듯
'성경'에 대한 PPT가 짜잔- 하고 등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이상함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