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독립.
그 위대한 시작은 기숙사였다.
기숙사는 6인실로, 방 세 개에 화장실 하나 거실 하나.
가정집과 비슷한 구조였다.
방에는 대칭으로 침대와 책상, 옷장이 두 개씩 놓여있었다.
난 그렇게 3학년 언니 한 명, 2학년 언니 두 명, 동갑인 1학년 한 명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방은 다른 방과는 다르게 5명이 살았고, 연장자 우대에 따라 자연스레 3학년 언니가 혼자 방을 쓰게 되었다.
기숙사에서의 첫날.
설레서 잠이 안 오는 건지, 낯 선 환경이라 잠이 안 오는 건지.
뒤척뒤척 대는 내 등 뒤에서
"저기."
목소리가 들렸다.
기숙사 룸메이트 희망 편
- 착하고 성격 좋은 룸메와
- 하하호호 거실에서 치킨파티
- 돈독해지는 우정과 패밀리 쉽
-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인연
기숙사 룸메이트 절망 편
- 조금의 소음이라도 용서 못하는 예민이
- 결벽증이거나 너무 더러운 극과 극의 위생관념
- 아침에 알람 8개씩 맞춰놓고 자기는 못 일어나는 아침잠 많은 룸메
- 피 터지게 싸우고 둘 중의 하나가 퇴실.
이 새벽에 나를 부를 일이 뭐가 있을까.
내가 너무 시끄러워서 뭐라고 하려고 하는 걸까.
아 룸메이트 잘못 걸리면 앞으로 1년이 망하는데
아니 근데 내가 잘 못한 게 있나?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하긴 예민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
머릿속으로 온갖 상황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 3초 사이.
약 2578번째 상황극 끝에 서로 머리채를 잡고 둘 중 한 명이 퇴실하는 최악의 경우의 수까지 생각을 끝낸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 벽에 곰팡이 있어서.. 매트 조금 띄워놓고 자는 게 좋아요."
할렐루야.
기숙사장과 면담할 일은 1년간 없겠구나.
감사 인사와 함께 시작된 대화였다. 어디서 왔고, 이름은 뭐고 학과는 어디고
두런두런 이어지는 이야기 소리에 방 문 밖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거 참- 새벽에 매너 좀 지킵시다. 여기 벽이 얇아서 다 들려요 들려~ 그래서, 치킨 먹을 사람 있어?"
"언니 저요!"
"넌?"
"아... 네 저도요!"
새벽 두 시에 열린 치킨 파티였다.
방범창 너머로 기숙사장 몰래 치킨을 받고 조용히 올라와서는 3학년 언니가 방 안 깊숙이 몰래 숨겨놓은 작은 냉장고에서 꺼내 들고 온 맥주를 보며 자지러지게 웃는.
그래.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거였다.
새벽에 야식 먹는다고 건강 안 좋아진다고 잔소리 들을 일도 없고,
이렇게 먹고 놀다가 통금시간이 다 돼서 가봐야 한다는 산통 깨는 말을 할 일도 없는
부모님의 간섭 없는
자유.
같은 방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으니 말 다했지.
3학년 언니는 유쾌했고
2학년 언니들은 다정하고 친절했으며
같은 1학년인 친구와는 죽이 잘 맞았다.
먼저 와있던 3학년 언니와 2학년 언니 두 명은 작년에도 같은 방을 썼다고 했다.
어쩐지 친해 보이더라니,
생각지도 못한 관계로 인해 새로 입주한 새 얼굴들은 원년멤버들과 수월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아 그럼 너희 기숙사 포털 번호 받았겠네?"
"네 지문 등록도 오늘 했어요."
기숙사에 들어올 땐 입구에서 지문을 찍어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는데, 기숙사 배정받고 가장 먼저 한 게 지문등록이었다.
"아 아쉽다. 맥주도 다 떨어졌는데 지문등록을 벌써 했단 말이야?"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편의점 가려면 기숙사 나가야 하잖아-"
"? 나가면 되죠."
"지금 새벽 4시야 지금 나가면 벌점이야."
.. 네?
벌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