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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고궁박물관에서 만난 옥(Jade)과 무브먼트

by 도자기로드

나는 도예가이지만, 참으로 많은 것에 관심이 있다. 동생과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음식 관련 사업도 그렇고,

대학생 때는 큐레이터에 관심이 있어서 기웃기웃 거리며 공부도 했다. 창의성, 예술이 접목된 곳에 기획하는 일, 프로젝트, 공간 기획, 워크숍,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도자기라도 그냥 컵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의 수업 말고, 다른 분야와 새롭게 접목시키는 사서 고생하는 식의? 기획을 좋아한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즐긴다.


얼마 전 소개했던 몸을 움직이는 일에도 관심이 있다. 나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운동이지만, 섣불리 업계에 뛰어든다던가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은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에, 그 날의 내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도 퍼포먼스가 크게 차이 난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며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공부는 정말로 하고 싶다.


collage_itten_johannes_2.jpg


색을 12색으로 분류하는 12색 색상환을 만들어 수업에 응용한 사람이 있다. 독일 바우하우스의 기초교육을 담당했던 요하네스 이텐 Johannes Itten라는 화가이자 교육자이다. 우리가 교육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먼셀의 10, 20 색상환이 더 익숙하지만, 이텐도 색채 조화론으로 유명하다. 그의 색 이론 말고도 유명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채식주의자였으며 조로아스터교의 하나인 마스다스난 Mazdaznan을 신봉했다는 것이다. 승려처럼 머리를 밀고 자기 내면의 이해와 직관력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명상을 하고 철저한 식단 조절을 하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사진처럼 체조를 시켰다고 한다.


들여다볼수록 요하네스 이텐의 색상 조화 이론도 흥미롭고(아직 내 블로그에 정리할 수준의 연구를 하지 못하여서 소개하지 않는다), 명망 높던 화가이자 교사의 삶도 그렇고, 나도 언젠가 내가 하고 있는 운동, 요가, 명상 등을 교육과 작업에 조화시키고 싶다는 꿈이 있다.


바우하우스에서 그는 기초수업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가르쳤다고 하는데, 체험을 통해서 자연의 재료에 눈뜨게 하고, 놀이 같은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찾게 했다 한다.

바우하우스가 나치에 의해 문을 닫고 난 이후에는 취리히 시립 공예학교 교장으로 조형교육을 담당했다.


바우하우스의 교육자이자 우리에게 점, 선, 면으로 유명한 칸딘스키도 무브먼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예술은 정신적 생활에 속해 있으며, 또 그 생활에 있어서도 예술은 가장 강력한 대리자중의 하나로써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생활은 복합된, 그렇지만 명료하고 단순화된 운동으로써 인식이다. 즉, 인간의 심성을 순화 발전시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잠시 외면적으로 정지한 듯 하지만 연속적이며 중단되지 않은 운동이다."


언뜻 보면 무브먼트와 조형은 정말 다른 것 같지만, 20세기 초, 이미 바우하우스에서는 이미 기초교육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DSC01287.JPG



예술에 깃들여 있는 무브먼트의 흔적과 또 다른 재미있는 해석을 대만 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단순히 여러 가지 옥을 나열해서 전시해 놓았다고 쓱- 보고 가면 정말 아쉬운 전시이다.

대만고궁박물관의 보물을 전시해 놓은 방에 관람객들이 정말 많이 북적이는 데 비해 이 곳은 한적하다.

그냥 쓱 둘러보고 '옥이네' 하면서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곳은 중국 전국시대에서 한나라까지 212개의 특별히 선택된 옥 유물을 전시했다.

그런데 얼마나 잘 만들었고 무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완전 생각지도 못한 관점으로 전시를 바라보게 한다.

바로 MOVEMENT 무브먼트와 공간이다. 말은 일루젼이지만, 사실 일루젼보다는 공간과 차원을 더 생각나게 했다.


이런 전시를 대만에서 기획했다는 것부터 깜짝 놀랐다. 이런 전시기획력이라니. 대만을

우습게 봤나 보다 내가. 잘못했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공간이 어두워서 흔들린 것도 있으나, 같이 나눠보고자 한다.


DSC01182.JPG The Dynamic of the T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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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으로 된 이러한 귀걸이만 보아도 그렇다. 멀리서 보면 eye test 하는 줄.

귀걸이를 이 방향 저 방향 놓으면서 텐션이 어디로 모이는지 나열한 것 좀 보소.



DSC01186.JPG How does visual tension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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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1190.JPG
How does visual strength reside?


누가 이런 유물, 옥장식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도자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은데, 너무 내 생각에 갇혀있지는 않았나 속으로 생각하고 또 탄식했다.


DSC01192.JPG How does the central item tilt toward?
DSC01193.JPG
DSC01195.JPG Design Techniques that Convey Dynamism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시작이 중요한 것이고, 바라보는 관점이 창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왜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지, 어떤 결과, 영향을 생각해 두었는 지도 궁금하다.


DSC01197.JPG If dynamic aesthetics is the goal which design is better?


DSC01198.JPG Design techinques employed by different creative paradigms for the same type of jade material
DSC01199.JPG Other designs utilizing ambiguous stimuli
DSC01200.JPG The typological features of thumbs rigns shaped pendants
DSC01202.JPG The use of visual obstruction -Bisection of the body


전시에는 일루젼도 심도 있게 다룬다.

전국시대에 만들어진 용은 납작한 2차원 적으로 조각해서 다리와 발톱이 있을 수 없는 자리에 있다고 하면, 한나라 시대에 용은 3차원 형태로 볼륨감 있게 만들어졌는데, 뒤틀린 몸의 형상과 텐션, 느슨함이 함께 느껴진다.

그리고 존재할 수는 없는 공간으로 용을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마치 수학을 사랑한 판화가 E.C. Escher 에셔도 느껴진다. 내가 무브먼트, 공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좋아하게 된 생긴 작가이다. 싱가포르 과학박물관에서 그의 작품 전시회를 보았을 때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이 전시는 Dr. Kokichi Sugihara (Professor Emeritus of the University of Tokyo and Specially Appointed Professor of Meiji University)라는 사람이 평생을 바쳐서 연구한 내용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일본 수학자이자 예술가이다.

역시. 어딘가 그냥 단발성의 프로젝트 전시 같지는 않아 보였다. 논문을 통째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 내내 생각했는데 역시 맞는구나!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전시에 관해 부연설명을 잘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https://theme.npm.edu.tw/exh107/Realityandillusion/en/index.html



제목에도 썼듯이 무브먼트와 도자기. 나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해석하며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

큰 숙제로 다가온 research question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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