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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산다는 것

대만에서 세 달살기

by 도자기로드

대만오기 전 20년지기 친구들과 만나서 연초에 만나 몇 개월치 수다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그날 우리들의 결론은 올해는 아프지말고, 회사에 덜 소모되자. 덜 일하고 더 벌자. 그러면서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먹었더랬다.


요즘 내 또래의 관심사 중 하나는 덜 일하고 더 버는 것, 욜로, 마음껏 여행다니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갖기, 돈이 있으면서 저녁이 있는 삶 등이 아닐까한다.


영국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1년에 25일의 휴가를 쓸 수 있다. 부활절에 집에도 가고, 크리스마스때 가족들과 모임도 가져야하고, 늘 비가와서 추우므로 따뜻한 나라에 가서 일광욕도 해야하니 25일정도는 필요하다. 주말을 끼면 한 달도 더 휴가를 쓰는 셈이다. 그 중에서 내가 보았던 단상 중 씁슬했던 점은, 때론 삶의 목적없이 여행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여행, 나도 참 좋아한다.지금 대만에서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여행이니깐.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짠했다. 목적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가 외국인이었던 나에게도 많이 보였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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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복이 많았다. 괜히 안그래도 되는데 일만드는 사람. 그게 나다.

그 버릇이 어디 안간다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바쁜 적이 없다. 그렇다고 뭐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힘든 길을 선택하곤 한다. 왜그러나 몰라.

내가 잘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타임 매니지먼트. 시간 활용을 잘한다. 바쁘니 시간을 잘 쪼개써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나는 중고등학생부터 타임 매니지먼트의 여왕으로 불렸다.


요새 서점이나 블로그 글을 보다보면 열심히 살아서 뭐하나. 소용없다는 글. 내려놓으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나도 진정 그러고 싶다. 열심히 살면 뭐하냔 말이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열심히 살아봤자 이런 소위말하는 '헬조선'에서 바뀔 것은 없다. 나의 흙수저가 다이아몬즈 수저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가 열심히 살아서 남부럽지 않을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와 내가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서 지금도 열심히 사나보다. 나도 대충대충 살면서 현재를 즐기고 싶은데 그것이 참 힘들기만 하다. 대만에 왔으니 여행도 좀 다니고 해야하는데 아직 남들 3박 4일 짧게 여행하는 것보다 덜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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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때 번아웃으로 고생을 한 적이있다. 그때 영국 도예가 친구가 말하더라. 자기는 자기가 원하는 성공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 쉬지 않을꺼라고. 너무 깜짝놀랐다. 영국인들은 약간 우리와 달라서 독기?같은 것이 없는데 이 친구는 정말 삶의 목적과 야망이 있는 친구였다.

영국 도예가들 진짜 열심히 산다. 같은 스튜디오의 다른 친구는 도자기 만들며, 월화수목금금금 일하며, 심지어 마라톤이 취미라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5km 를 뛴다. 내가 미쳤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아침 8시면 이미 스튜디오 도착해서 작업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었다.

그나저나 번아웃은 2-3년 후에 우여곡절 끝에 기적처럼 풀렸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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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열심히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만에 와서 작업을 또 하는데, 옆에 폴란드 작가는 일찌감치 2주만에 다 만들고 계속 여행을 다닌다. 나는 거의 매일 좀비처럼 일어나서 씻고 나가서 작업실에 박혀있다. 무엇이 맞는 길인지 나도 모르겠다. 새로온 67세 미국 작가 할머니는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진심 열정있는 20대 같다. 에너지가 넘치고 작업을 사랑하는 감정이 느껴진다. 내가 20,30년 후에 저렇게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하며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할까 아니면 적당히 살아야할까.



열심히 살다가 아프면 나만 고생이므로 적당히 살면서 길게 아프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더 나을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모두 첫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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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는 말한다.

"예술가는 무엇인가 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릇 예술가의 임무라는 것은 형식을 지배하는데 있지 않고, 내용에 적합한 형식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일을 하는 예술가의 힘이고 회화의 힘이다. 예술가는 이러한 힘으로 무장한 채 작품활동에 임해야 한다. 예술가의 개성과 시대정신을 작품에 잘 녹여내는 것을 우선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는 예술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이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지 않을 수가 없다.



밤 10시가 넘어서 혼자 작업실에서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다가 돌아오는 발걸음에, 이렇게 열심히 살다가 혼자 갑자기 늙어버릴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좀 그랬다. 요즘 잘 보고 있는 '눈이부시게' 드라마 같기도 하고. 오자마자 숙소에서 씻고 나오는데 거울 속 내 모습에 숨어있던 흰머리를 여러개 발견했다. 오늘 열심히 산 결과가 흰머리 ㅎㅎㅎ 인생은 역시 고난이 기본이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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