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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하는 기업, 사라지는 직업

Part 1. 기업은 변하는데, 당신은 왜 멈춰 있는가

by 도진

세상은 마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어제까지 당연했던 풍경이 오늘은 낯설게 변해 있고, 익숙했던 소리들은 새로운 기계음으로 대체되고 있다. 우리는 그 변화의 속도를 온몸으로 체감하며 살아간다. 특히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그 속도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매일 스스로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사무실에 들어와 앉아 업무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은 물류 창고의 밤을 지키고, 챗봇은 고객 상담사의 자리를 대신한다. 기업은 이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운명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기업의 변신이 가져온 결과는 종종 개인에게 '사라지는 직업'이라는 냉혹한 현실로 다가온다. 오늘 내가 하던 일이 내일이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 월급이라는 안전망을 지키려 애쓰지만, 그 망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우리를 짓누른다.



AI, 자동화, 그리고 변신하는 기업


오늘날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와 '변신'이다. 이 변신의 중심에는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은 수많은 회의와 보고서를 거쳐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방대한 시장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해 최적의 전략을 제안한다. 금융 시장에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인간의 판단보다 훨씬 빠르게 투자 결정을 내리고, 마케팅 부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고객과 소통한다.


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시장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때 기업의 주력 사업이었던 오프라인 매장, 인쇄 광고, 전통적인 유통 방식 등은 이제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거나 새로운 디지털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콜센터 업무는 이제 챗봇과 AI 음성인식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은행의 창구 업무는 모바일 뱅킹으로 옮겨갔고, 서류 작업을 담당하던 사무직의 일은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가 대신한다.


기업은 이렇게 효율과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근육과 뼈대를 재조립하는 중이다.



사라지는 직업의 그림자, 그리고 개인의 뒤처짐


기업이 변신하는 동안, 우리는 어떤가? 여전히 '평생직장'이라는 허상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대학에서 4년, 직장에서 10년 넘게 쌓은 커리어가 어느 날 갑자기 효력을 잃는 상황은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그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한때 유망했던 직업들이 AI와 자동화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다.


텔레마케터: AI 챗봇이 더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한다.

데이터 입력원: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한다.

단순 생산직: 로봇 팔이 더 빠르고 오차 없이 제품을 조립한다.

재무 분석가: 복잡한 재무 모델링은 AI 알고리즘이 순식간에 해치운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 직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나의 일'이 미래에도 유효할지 의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엑셀과 파워포인트 실력은 직장인의 필수 역량이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새로운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기업의 변화는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다. 변화에 적응하여 새로운 역량을 습득하거나, 변화에 뒤처져 사라지거나.



성장하는 기업, 멈춰 선 개인


기업과 개인의 차이를 더 깊이 들여다보자.

기업은 끊임없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포트폴리오란 기업이 가진 모든 사업과 자산의 목록을 의미한다. 잘 나가는 주력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신사업을 끊임없이 발굴한다. SK그룹은 과거 정유와 통신 사업에 머물지 않고 바이오와 배터리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차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비해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주행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잘 나가는 사업이 있더라도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개인은 월급이라는 단일 사업에 의존한다. 이것은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위험한 포트폴리오다. 우리는 평생 이 하나의 사업이 나를 먹여 살릴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는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다. 월급이라는 파이프라인이 끊기면 우리의 삶은 무방비 상태로 위기에 노출된다.



기술적 실업과 영혼 없는 직장인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히 직업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선다. 과거에는 인간의 창의성과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영역까지 AI가 침범하고 있다. 법률 및 의료 분야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AI가 판례를 분석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것을 돕는다. 디자이너나 작가의 영역 역시 AI가 창작한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의 효율성 증대는 곧 개인의 대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든 다른 사람이나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우리를 '영혼 없는 직장인'으로 만든다. 시키는 일만 하고, 새로운 시도를 꺼리며, 어떻게든 현재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삶. 이것은 더 이상 성장이 아니라 생존에 매달리는 삶의 단면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왜 멈춰 있는가?"


기업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변화하는데, 우리는 왜 월급이라는 단 하나의 끈에 매달려 정체되어 있는가? 우리의 삶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업에 대해 우리는 왜 이렇게 무방비한가?



이제 '월급 사회의 종말'을 선언한다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제 허상에 불과하다. '안정된 월급'이라는 개념 역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 외부의 변화에 휩쓸리는 '피해자'가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을 '1인 기업'으로 바라보면 모든 문제가 다르게 보인다. 월급은 더 이상 나를 지켜주는 안전망이 아니라, 나의 주력 사업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이 된다. 투자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스스로를 경영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 장에서는 기업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생존 전략을 짜는지, 그리고 우리가 왜 그 전략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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