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by 도카비

나에게 과일의 왕은 바나나였다.

1980년대, 짜장면 한 그릇이 오백 원도 안 하던 시절.

바나나 한 송이는 만 원쯤 했다.


누가 선물로 바나나 한 송이를 들고 오면

그날은 생일처럼 특별한 날이었다.

어머니는 송이에서 바나나 한 개를 떼어

인원수대로 잘라 나눴다.


내 몫의 한 토막.

뭉개질까 조심히 쥐고 조금씩 갉아먹다가

입안에 넣어 으스러뜨려 먹었다.

단맛이 오래 남았다.


과일은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는 말에

남은 바나나를 과일칸에 뒀다.

얼마나 지났을까.

껍질이 금세 시커멓게 변해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덕분에 남은 바나나는 토막 내지 않고 먹었다.

맛은 말해 뭐 해.

학교 가서 자랑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귀했던 바나나.

지금은 우리 집에만 오면 너무 아껴진다.

시커멓게 변한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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