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존스는 큰 결단을 내린 듯 주말에 구성원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갔고
덜컥 원룸을 계약하고 말았다.
마침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운양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고 그렇게 나의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공무원인 파파존스는 딸들 중 한 명만큼은 공무원이 되는 걸 원했고,
아빠의 꿈과 내 미래를 위해 노량진 학원으로 직행했다.
노량진 학원가의 규모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컸고, 학생수도 어마어마했다.
어느 강사가 유명한지 어떤 과목을 선택할지 정하지도 않고 서울로 올라가 정보가 하나도 없던 나는
친절히 설명해주는 데스크 직원의 도움으로
제일 많은 인원을 뽑는 직렬을 택하고 그 과목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강사로 선택한 후 어마어마한 수업료를 일시불로 지불했다.
(참고로 유명한 강사일수록 수업료는 비쌌다.)
데스크 직원은 내게 새벽에 번호표를 발행한다 하였고 그래야 앞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새벽 5시.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노량진으로 가는 첫 차를 타고 번호표를 받으러 다녔다.
수업일정은 빠듯했다. 하루 네 시간씩 이틀에 걸쳐 한 과목씩 수업이 진행되었고 두 달에 걸쳐 한 과목이 끝나는 과정이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노량진까지는 버스로 대략 20분 이상 걸렸고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몸을 회복하기 위해 주말에 전주로 내려가 쉬고 오기로 했다.
P.S.Y. 아하. 컬레버레이션~
파파존스의 전화벨이 새벽 5시 울리기 시작했다.
워낙 벨소리가 컸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모두 잠에서 깨버렸고, 통화내용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기 구로디지털단지입니다만, 손님이 핸드폰과 지갑을 두고 내리셨어요."
"네? 여기는 전주인데요.... 잠시만요 구로디지털단지면! 다히야~"
당황한 맘스터치는 방에서 소리쳤고 그걸 듣고 나온 나는 등골이 오싹하기 시작했다.
"일단 확인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뇌리에 스친 한 사람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쓰기 시작했다.
운양은 엄청난 주당이었고,그날 저녁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핸드폰과 지갑을 두고 내렸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과연 운양이 집에 들어갔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택시기사한테 전화를 걸어 지갑의 주인에 대해 물었더니 지갑은 운양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운양한테 전화가 왔고요, 다시 찾으러 온다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앱을 통해 부른 콜택시였고, 운양은 지갑을 놓고 내린 친구를 위해 친구 핸드폰을 통해 전화를 했던 것이었다.
몇 분 후 운양과 통화가 된 맘스터치와 파파존스는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집 당장 판다!"으름장을 두었고 그 이후로 운양은 술을 덜 먹는 듯해 보였다.
그리하여 '등골이 오싹했던 새벽 구로디지털단지 택시기사 전화습격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운양은 아무것도 모르는 형부한테 시집을 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ps. 형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