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시리지 않아 좋아요.
손끝이 쩌릿하도록 꽁꽁 시리지도 않아 좋네요.
물기에 젖은 머리카락도
천천히 말라 적당히 가벼워져 좋아요.
깊게 상처받아 울지 않아도 되니 좋네요.
두 손을 마주 잡고 오래 두어도 되고
그저 적당한 이 온도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가끔은 지독하게 뜨거운 날도
맨살을 뚫는 차가운 날도 있었어요.
뜨거웠던 날은 금세 식어버렸고
차가웠던 날은 단단하게 굳어버렸죠.
식어버린 날을 다시 데우는데
오랜 날이 걸렸고
굳어버린 날을 다시 녹이는데
더 오랜 날이 걸렸어요.
알아줘요.
적당한 이 온도가 얼마나 근사한지를.
뜨거움에 식지 않으려 애쓰지 않고
차가움에 굳어버릴까 염려하지 않고
모든 시간을 적당하게
그럭저럭 보내는 이런 날이
얼마나 근사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