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따라 출근한 날

by 독한촌닭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다. 늘 그렇듯 아빠는 오늘도 일을 나갔다. 우린 방학이고 독일의 제일 큰 명절인데 만날 사람도 없고 아빠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엄마가 아빠 일 따라가자고 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났다. 나는 야행성이라 새벽기상도 힘들고 오늘만큼은 아빠 따라 어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저녁이 되기를 기다리고 싶었다. 그래야 선물개봉식을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깐! 동생은 못 일어나서 그냥 옷만 입혀서 차에 싣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아빠가 차를 세워서 왜 그래? 하고 물어보니 이제 차가 따뜻해져서 잠바 벗는다고 한다. 그러곤 차에서 빵이랑 커피를 마시는 거다. 나는 새벽이라 아무것도 안 먹고 싶은데 아빤 잘 먹어서 맛있냐고 물어보니 먹어야 일한다고 먹었다. 아빠는 새벽출근이 많은데 이걸 보니 아빠가 불쌍했다. 오늘아빠 원래 스캐쥴은 함부르크-스톡홀름-함부르크-취리히-함부르크였는데 우리랑 같이 있으려고 스캐쥴을 바꿨다. 그래서 함부르크-취리히-함부르크-취리히-함부르크이다. 우리는 아빠랑 같이 함부르크에서 출발해서 취리히에서 내려서 잠깐 놀고 아빠가 다시 함부륵에 갔다가 취리히로 오면 우리를 태우고 함부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는 직원할인티켓을 쓰기에 체크인하며 티켓은 받는데 좌석은 못 받아서 게이트입구에서 다시 좌석이 정해진 티켓을 받는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엄마는 좌석을 받으러 갔고 직원분이 우리 여권과 엄마여권 그리고 성 이 다른 걸 보더니 애들 아빠 어디 있냐고 네가 엄마 맞냐고 출국허가받은 거냐고 물었다. 엄마는 보통 그건 체크인할 때나 출입국관리소에서 하는데 이걸 왜 묻지 하며 남편도 같이 비행기 탄다고 하니 남편 어디 있냐고 데려오란다. 그래서 엄마가 남편은 직원이라 비행기에 이미 타고 있어라고 하니 갑자기 친절해지면서 진작말하지 그랬어하며 좌석을 더 앞쪽으로 바꿔줬다. 나는 어릴 때 오늘처럼 아빠 따라 비행한 적이 있는데 동생은 아빠가 비행하는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라 얀네둥절해했다. 엄마가 그러는데 얀네는 사실 아빠가 비행기서 뭐하는지 모를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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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비행기에 타면서부터 아빠가 보이기 시작하니 알아봤다. 맨날 집에서 밭 갈고 집 어지르고 우리랑 싸우던 아빠였는데 오랜만에 일하는 아빠를 보니 엄청 반갑고 신기하고 설렜다. 아빠는 말이 참 많은데 안내방송할 때도 진짜 길게 말해서 깜짝 놀랐다. 뭔 일만 있어도 방송을 하고 또 길게 하고... 에휴.... 그렇지 저게 우리 아빠지... 근데 얀네는 아빠라고 또 좋아했다. 취리히에 도착해서 아빠가 조종석에 앉혀줬는데 엄마가 얀네한테 아무것도 건들지 말라고 옷깃으로라도 건들지 말라고 하아도 겁을 줘서 얀네는 사진 찍히다 울면서 나왔다. 아빠회사는 열두 살이 되면 콕핏에 앉아서 비행할 수 있는데 12살 되면 나는 바로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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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앉아 본 cockpit / 재밌는 토 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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