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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May 07. 2019

6.2.3.1. 대한민국 해군과 함께 한 봉사활동

2018년 01월 29일 기고문

대한민국 해군과 함께 한 봉사활동


이 인형


1. 대한민국 해군과의 인연의 시작

  2014년 가을, 학교에 검은 해군정복을 입은 멋있는 사나이들이 들이닥쳤다.  학장님 및 부학장님과 같이 편입학을 협의하고 MOU를 맺었다.  부학장님의 부탁으로 2015년 편입학 신입생 면접에서 ‘평정, 명예, 겸손’을 지키는 심 규영 대위를 만났다.  ‘민간인’ 다음의 ‘군인’의 하나인 해군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5년 3월, 대한민국 해군 대위가 본과1학년 수업에 출석했다.  그와의 만남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유도했고,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2. 해군과의 3년간의 봉사활동

  1) 흑산도 봉사활동 및 Pacific partnership 15 (PP15) 참가

  심 규영 대위가 입학하면서 유 동기 대령께서 해군본부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함께하는 무의촌 봉사활동을 진행하셨다.  국내에서는 유 동기 대령과 임관동기인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김 단일 교수가 흑산도에서 더운 여름을 보냈다.  셀 수없이 많은 진드기가 붙어있는 방목상태의 소들에게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들었다.  또한, 그날 저녁에 이어진 토론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 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외의 활동에는 오 재원 중령과 아주대학교 외상센터팀, 그리고 심 규영 대위와의 면접을 주관하셨던 부학장님과 나를, 미군 태평양함대가 주관하는 Pacific partnership 15 (PP15)에 참여시키셨다.  필리핀 Roxas city에서 Mercy호에 승선하였고, 수의봉사활동을 주관하는 Scott Anderson 소령 (별명은 ‘불쑥 선생’: 언제든지 숙소의 문을 불쑥 열고 들어와서 다음날의 계획을 논의해서 붙여준 이름)을 만났다.  10일간의 봉사활동은 영화 ‘플래툰’과 유사했다.  아침에 소변을 보고 저녁에 소변을 보면서 낮에 마신 그 많은 물이 어디로 새어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Capiz State University 수의과대학 학생들과 같이 봉사활동도 하고 수업도 했다.  학생들의 적극성과 관심에 감동했다.  불쑥 선생의 계획대로 토요일에도 봉사활동을 하고, 나의 요청에 따라 일요일에는 2008~2010년에 3년간 봉사활동을 했던 Aklan State University 수의과대학도 방문했다.  5년 만에 만난 Dr. Molly는 여전히 농담으로 인사하는 넉살좋은 친구였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나가버렸지만, 그 결과는 나의 머리와 생활습관에 영원히 남아있다.  


  2) 울릉도 봉사활동 및 Pacific partnership 16 (PP16) 참가

  2016년 여름은 2미터의 파도를 넘으면서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시작되었다.  다들 멀미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지만, 나는 맨 앞쪽 좌석에서도 꿀잠이 가능했다.  도착하는 날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은 ‘치누크’를 타고 울릉도를 탈출하는 순간까지 말 그대로 ‘다이내믹’했다.  반복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늘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개, 고양이, 돼지, 염소, 한우까지.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는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인자하고 인정 많으신 전대장님께 인사하고 돌아설 때는 강아지 다섯 마리가 눈에 아른거렸다.

  박 영진 중령과 같이 올라탄 Mercy호에서는 이틀 만에 하선해야 했다.  ‘말레이시아 농림부가 외국 수의사의 말레이시아 내에서의 활동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  두꺼운 안경 너머의 미군 소령의 눈에는 적극성이 없었다.  미국의 모든 군인들이 Scott Anderson 소령 같지는 않았다.  2015년의 경험을 기대했었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다.       


  3) 덕적도 봉사활동 및 이 국종 교수님과의 만남

  2017년 여름은 이른 관광 철에 방문한 덕적도였다.  개의 예방접종과 고양이 중성화사업을 진행하며 많이 놀랐다.   ‘육지’에서 보는 진돗개와 너무나 다르게 사람을 잘 따르는 ‘순딩이’ 진돗개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대한민국 해군의 능력과 역할에 놀랐다.  땅을 ‘지키는’ 육군과는 달리,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해군이었다.  청바지를 뚫고 피를 빨아대는 모기들을 물리치고 덕적도와 소야도를 평정했다.  

  2017년 9월, 미국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했다가 Tamara Grubb 교수를 만났다.  Scott Anderson 소령이 Washington State University 수의과대학의 외과 레지던트로 위탁교육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메일을 보냈으나 답장은 없다.  여전히 바쁘게 생활하고 있으리라.  새벽 4시부터 Mercy호에서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었으니.    

  디트로이트공항에서 대기 중에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다가 내 눈과 마주쳤다.  2015년 PP15에 같이 참가했던 아주대학교 외상센터 김 지영 선생님이었다.  옆 게이트로 데려가서는 낮술로 얼굴이 벌게진 나를 이 국종 교수님께 소개시켰다.  이 때 이 국종 교수님의 첫말씀.  “해군이십니까?”  노란색의 ‘ROK Navy’라는 글자가 선명한 모자가 교수님의 배낭에 매달려 있었고, 그 배낭 아래에는 대한민국 해군 바람막이 잠바가 보였다.  내 대답. “아~ 네.  저는 전역한 육군 중위입니다.”   


3. 대한민국 해군과의 미래

  그동안 심 규영 대위와 함께 한 날들에는 ‘민간인’ 다음의 ‘군인’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앞장서 일하고 주위를 배려하는 우수한 ‘민간인’이었다.  그와 함께 주사기를 들고 있으면, 아무리 으르렁대는 진돗개를 만나도 무섭지 않다.  내 머리위에서 콧바람을 내뱉고 있는 500 kg의 말도 두렵지 않다.

  2018년 1월초, 평창에서 열심히 실험하고 있던 날, 학교에서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해군으로부터 편입학하는 대위가 한 명 더 있다니 !  앞으로 나의 여름방학은 없을 것이다.  올해 동물병원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심 규영 대위와 같이, 그리고 그 후배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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