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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팔이오 Jan 29. 2020

10.3.7. 제10호 '수외' 원고

한국이라는 우물을 벗어나 세계라는 바다로

한국이라는 우물 (red spring)을 벗어나 세계라는 바다 (blue ocean)로 

(2009년 12월 21일)

   

  1992년 겨울, 제가 대학원시험에 합격하여 아무것도 모르면서 열심히 청소를 하던 시기에 ‘獸外’지 제1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중간에 잠시 중단된 기간도 있었습니다만 어느덧 제10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간동안에 수의학 분야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997년 2월, 동물병원의 소동물 분야가 서울로 이전을 하였고, 2003년 2월에는 수의과대학 전체가 관악으로 이전을 하였습니다.  또한, 수의학교육은 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되었고, 전국의 동물병원 수가 증가하면서 2차진료를 담당하는 병원의 등장과 함께 진료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의 졸업생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 일부는 국내 또는 외국의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전문의 과정에 입학하여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일부는 여러 지역동물병원에서 외과과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의외과학 분야는 정형외과, 일반외과, 안과/치과, 마취통증의학과/대동물외과로 분과하여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들로 인하여 수의외과학 분야가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그러나, 조금 눈을 돌려보면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은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선진외국대학의 교육수준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으며, 다른 국내의 수의과대학과 2차병원들은 보다 진전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쫓아오고 있으며, 이미 일부 부분에서는 그러한 병원들에 뒤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한국경제와 비슷한 샌드위치 상태로 인식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뒤따라오는 다른 국립대학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다른 2차병원과는 경쟁을 하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의 구성원들이 할 일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우리의 목표는 전문의를 길러낼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수의외과학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입니다.  내적인 충실함과 외적인 건실함으로 어느 다른 대학에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는, 다른 외국대학에서 연수를 오고 싶어 하는 수의외과학교실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의 국제학회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어야 하고, 연구결과는 포스터가 아닌 구두발표로 실시하며, 최신의 연구동향을 파악하여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외과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법이나 protocol 등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방법 및 수술방법 등에 대한 끊임없는 up-grade가 현재의 우리를 뒤쳐지지 않게 해 줄 것입니다.  10여년 전에 제1호 ‘獸外’지를 발간할 때에는 소동물임상이 시작되는 시기이었고, 소동물임상에 대한 방향성과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현재의 대학원생들의 모습에서는 그러한 모습보다는 현실에 지쳐서 한 단계 더 향상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는 생생한 (vivid) 꿈 (dream)을 이루기 (realization) 위하여 (R=VD, 꿈꾸는 다락방®) 구체적인 vision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현재 수의과대학 학장이신 권 오경 교수님께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미국수의사회 (AVMA) 인증을 위하여 준비 중이시며, 그 외의 교수님들은 아시아외과분야 전문의과정을 준비 중에 계십니다.  이제는 한국이라는 작은 우물 속에서 벗어나 세계라는 바다에서 여유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큰 목적을 향하여 방향을 잡아 전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현재의 우리의 상태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수술준비실 안팎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신들과 슬리퍼를 볼 때마다 질서없는 외과학교실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듯하여 씁쓸합니다.  제대로 정리하자고 계몽운동 (?)을 시작한 지가 벌써 햇수로 3년입니다.  개선의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들은 가지런히 신과 슬리퍼를 정리하시고 신발장에 넣으시고 계신데 대학원생과 간호사는 우이독경입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부터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아주 사소하지만 나쁜 습관입니다.


  두 번째는 동물병원 환자의 술부소독입니다.  학부생 실습을 위한 조교들의 준비발표에서는 이론적 배경 및 방법을 원칙에 가깝게 발표하면서도 실제 수술실습 및 병원진료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똑바로 걸으라고 가르치면서 자신은 옆으로 걷는 어미게의 우화’와 무엇이 다를까요?  이러한 우를 범하고 있을 때 지적해주고 개선의 방향을 알려주어서 변화가 일고는 있으나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외과에서 실습을 마치고 졸업하는 학생들과 견학을 오는 많은 외부 수의사 및 다른 과의 수의사들이 ‘어디에서 이렇게 배웠느냐’라는 질문에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외과’에서 ‘이렇게 배웠다’라고 한다면 그 영향 및 파급효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여러 원인에 의하여) 실험동물의 과다가 문제인 실험동물실, 그 영향으로 실험동물실로 변한 입원실, 덩달아 입원실로 변한 진료실의 문제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구조적인 문제나 여건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현재까지 다른 진료과의 교수님들이나 병원장님으로부터 지적의 대상이 되었으며, 우리도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면서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험동물실이 모자라면 (다른 곳이라도) 늘릴 방법을 찾아보고, 시설의 문제라면 시설을 개선하고, 숫자가 많으면 숫자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거나 하기가 싫기 때문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밖에서 만나 뵈었던 한 원장님께서 ‘그 입원실을 보고서 너무나 실망을 했고 그래서 뛰쳐나와 개원을 했었는데 지금은 나아졌느냐’는 질문에 아무 답도 못 하고 얼버무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의 문제는 ‘그 입원실’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외과의 숨겨진 뒷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에 반성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이며, 이런 모습의 사람이 다른 진료과나 다른 사람의 모자란 부분에 대하여 어찌 개선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개선하라고 말을 한다면 ‘× 뭍은 넘이 겨 뭍은 넘에게 뭐라하는 격’이며 ‘내 눈의 전봇대를 보지 못 하고 남의 눈의 티끌을 보고 말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실험동물실과 동시에 문제가 되는 것은 실험동물들의 관리입니다.  적어도 ‘내가 실험하는 동물은 내가 관리한다’는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나의 실험을 진행하면서 내가 실험동물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실험동물에 대하여 건강한지 안한지 판단을 해 줄 것이며, 누가 그러한 실험동물을 이용한 실험결과를 믿을 수 있을 것이며, 그 실험결과를 분석하여 논문으로 발표를 한다한들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그러한 실험결과를 가지고 분석을 한다면 개체차가 많이 생겨나 실험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용을 제대로 정확하게 말할 수 없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실험은 결국 잘못한 실험이 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을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이제는 정말 개선해보도록 합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충실한 교육자료의 부족입니다.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학부학생들, 병원 로테이션을 하는 수련의들이 외과에 와서 수련 및 실습을 하면서 배워 습득하여야 할 교육내용을 정리하여, 제대로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흥적인 아이디어의 적용이나 상황에 따른 교육내용의 교체보다는 정해진 계획에 의하여 실시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과 평가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학부학생들은 등록금을 내고 실습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외부에서 실습을 오는 경우에는 아무런 경비의 지불없이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떠나가는’ 객처럼 치부되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에 의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그 교육에 대한 경비를 지불하라고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세계의 우수한 많은 대학에서 외부 externship으로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에 대한 경비를 지불하고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너무 돈을 밝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은 경비를 지불하도록 만들 수 없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며, 경비를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더 우리들의 교육시스템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적어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외과에서 교육 및 실습을 받았다면 국내에서는 당연히 최고의 교육을 받은 것이 되어야 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수의사시험에도 능히 합격할 수 있는 정도라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이러한 교육에 대한 경비의 지출은 당연한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자료의 준비는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지금부터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권 오경 교수님께서 준비하시는 AVMA인증시도가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의외과학 교실의 발전을 위한 마음가짐입니다.  흔히들 하는 말중에 ‘그렇게 해 왔는데요?,  작년에도 그랬는데요?,  선배가 그렇게 하던데요?’ 등이 있습니다.  어떠한 새로운 변화나 일을 시작하게 되면 많이 듣는 말들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말에 익숙해져있지만, 이런 말들은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고 앞장서 나아가는 외과학교실의 pioneer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입니다.  Pioneer들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데 그러한 일들은 전에는 없었던 것들이고, ‘전례가 없어서 안된다’면 이 세상은 항상 제자리 걸음에 발전없는 도돌이표일 것입니다.  새로운 연구를 시도할 때, 전에 그러한 연구결과가 있으면 방향을 수정하거나 방법을 바꾸어 실험을 진행하고, 같은 실험은 하지 않으면서도 생활면에서는 늘 같은 것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슷한 일들을 했다면 올해는 좀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여 시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원들의 입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긍정적인 말들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또한, 내가 겪었던 비인격적인 일들이나 힘들었던 일들은 후배들에게 시키지 않고 내가 함으로써, 적어도 같은 악습이 대대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현재의 외과학교실의 결과는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고 악습을 이어지지 않게 한 선배들의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현재의 여러분들이 10년후 현재와 똑같은 외과학교실을 원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지는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獸外’지 제10호가 발간되기까지의 지난 10여년동안 많은 노력과 부단한 실천으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을 키워 오면서 한국의 수의외과학 분야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많은 선후배들이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고 질적으로 향상된 연구논문 및 증례들을 저명한 잡지에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진료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외부에서 실시하기 어려운 수술을 의뢰하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종합병원으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의 모습은 낙관적이지만은 않으며,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반성하여, 지금부터 개선하여야 할 것입니다.  화려한 겉모습보다 충실한 내실을 다져서 사상누각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위치는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최고의 대학, 최고의 동물병원’이 되는 것은 당연하며, 외국의 대학과 당당히 능력을 견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지금이 ‘한국이라는 우물 (red spring)을 벗어나 세계라는 바다 (blue ocean)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자, 모두 닻을 올리고 돛을 펼칩시다.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다가 올 미래를 준비하여, 높은 파도나 어려운 난관에서도 부서지지 않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외과학교실호’와 함께 대양을 항해합시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제일로 가고 싶어 하는 수의외과학교실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나아갑시다.  앞으로 10년 후 제20호 ‘獸外’지가 발행되는 날에 우리 모두가 그 목표의 주인공이 됩시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외과학교실호 항해일지


2011 아시아 수의외과학 전문의제도 시행

      병원내 최고능률실천진료과 선정

2015 아시아 최우수교육진료과 선정

      아시아 최우수수의외과학전문의 과정 선정

2020 세계 최우수수의과대학 교육병원 선정

      세계 최다수의외과학전문의 배출대학 선정

      세계 최우수수의외과학교육모델대학 선정


피에스: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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