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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그랑 플라스

브뤼셀 앤 파리

by 돌레인

2019. 6. 11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인천공항에서 약 11시간을 날아 경유지인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인 브뤼셀에 데려갈 다음 비행기는 2시간 후에 떠날 예정이었다.

출입국 심사대 앞에서 '쉥겐조약(Schengen agreement)'이라는, 유럽지역 국가들이 국가 간 이동의 편의를 위해 체결했다는 생소한 조약명에 어리둥절했다. 현재 총 26개국이 가입된 쉥겐국 간의 이동 땐 국경에서의 입국심사가 없다. 한국은 당연히 비쉥겐국이라 입국심사가 있어 여권에 도장이 쾅 찍힌다.

바르샤바 '쇼팽 공항'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활주로를 달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직접 비행기로 오가야 했다. 서울보다 더운 날씨에 여러 인종들로 뒤섞인 버스 안 승객들은 땀으로 뒤범벅이 됐다.






브뤼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를 넘겼으나 백야로 바깥은 한낮 같았다. 도심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MOBIB 카드를 구입하려 한참을 헤맸다. 안내소를 찾아갔더니 공항에선 카드를 아예 판매하지 않는대서 할 수없이 '24시간 브뤼셀 카드'를 구입했다. 이 카드 한 장이면 브뤼셀 카드 그림이 있는 빨간색 표지판의 버스나 지하철 혹은 트램을 24시간 동안 제한 없이 탈 수 있다.


남편이 3일간 묵을 브뤼셀 숙소는 아담했다. 근처에 대형마트까지 있어 여러모로 편했다. 창밖을 내다보니 일반 집이 안까지 다 보여 괜스레 미안했다. 주인아줌마의 기차 화통 삶은 듯한 소리가 들려와 큭큭 웃고 말았다.

9시 전이라 저녁도 먹을 겸 '그랑 플라스(Grand Place)'가 있는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그랑 플라스로 한 번에 가는 버스(29번)가 숙소 근처 정류장을 지난다고 구글 지도가 안내해 줘서 그곳을 찾느라 뱅글뱅글 돌다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그만 포기하고 좀 더 걸어가 다른 버스를 타고 겨우 갔는데, 아직도 그 정류장의 존재가 미스터리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첨탑이 있는 이 고딕 양식의 건물이 '브뤼셀 시청사'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시청사와 대성당을 중심으로 너른 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광장 주변에서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 저녁을 거나하게 먹었다. 홍합탕과 감자튀김은 브뤼셀의 대표 음식이라 꼭 먹어봐야 한다지만, 솔직히 더 많은 양으로 실컷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 홍합탕이 더 맛있다.

11시가 넘어가니 브뤼셀에도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숙소로 되돌아 가려고 그 '29번' 버스를 탔는데 이번엔 구글 지도의 루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자꾸만 가는 거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데다 비까지 내려 중간에서 당황하며 내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물음표만 떠올랐다. 다행히 자정이 훨씬 넘어서까지 다른 버스가 다니고 있었고, 우려했던 것보단 치안이 너무 좋아 안심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유령 버스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다음날의 본격적인 브뤼셀 여행을 기대하며 우리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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