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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May 17. 2023

그림의 미로 속에서...

Day 2-3

점심을 먹고 한차례 쉬고 나니 그림을 감상할 기운이 났다.


렘브란트, 요하네스 베르메르, 프란스 할스의 유명 작품들 사이에서 어떤 분이 그림을 모작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연필 드로잉은 허용되나 유화 등의 페인팅은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 엘 그레코, 도미니크 앵그르 등이 그린 초상화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2층 일부 전시실이 현재 공사 중이어서 따로 그림을 추려 기획한 듯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에게 영향을 미쳤던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도메니코 기를란다요'의 프레스코화가 모퉁이 기둥에 아무렇지 않게 걸려있어 깜짝 놀랐다.  프레스코화는 처음 보는 건데다 기를란다요 작품이 왜 이곳에!! 했으니 말이다.


유럽의 궁정이나 귀족 저택에 꾸며진 수많은 장식과 공예품들을 둘러보고...


내가 좋아하는 조각품 전시실에 들어섰다.  마음에 드는 조각품 앞에 앉아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나중에 그려볼 조각품들을 사진에 담았다.



크고 멋진 스테인드글라스의 그림은 검은 외곽선에 특히 눈길이 갔다.


드디어 2층으로 올라가 1층 입구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수많은 관람객들이 밖에 줄 서 있었고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전시실들을 분주히 오갔다.  마침 카페테리아를 발견하곤 잠시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2층 전시실엔 한국관도 있었는데 다른 미술관에 비해 그나마 전시품들이 있는 편이었다.  일본과는 확실히 구분되지만 중국과 가까운 탓에 한국만의 독특함을 어필하는 게 늘 과제인 듯싶다.  다행히 한국을 알리는 전시들을 기획 중이라니 반가운 일이다.


2층에서 내려다본 아메리칸 윙과 무기 및 갑옷 전시실


빛과 그림자 표현을 주제로 한 드로잉이 특별 전시되고 있어 세심하고 깔끔한 선들과 명암을 공부하듯 들여다봤다.


19세기 작품들이 있는 전시실엔 오르세에서 본 작품들이 있어서 의아해했다.  오노레 도미에의 <빨래하는 여인>은 따라 그릴 때도 엄마의 손에 힘껏 의지하며 계단을 오르는 아이의 숨가뿜이 전해져 왔었다.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은 오르세 보다 작품 크기가 작았다.  신화 속 누드화엔 뭇 남성들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가 깔렸다지만, 내겐 인체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곡선으로 다가와선지 보고 그릴 때 나름 행복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체의 아름다움에 반한 그림이 장 레옹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인데, 바로 그 그림이 걸려 있어 정말 가슴 철렁했다!!  

고흐와 고갱, 르누아르와 모네, 오르세의 작품 보다 크기가 제법 큰 드가의 <14세 무희>까지, 전시된 작품들을 하루에 다 보는 건 정말 무리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하면 대표적으로 꼽는 사전트의 <마담 엑스>도 못 봤는데 다리가 몹시 아파 야간에까지 여는 금요일을 택해 일부러 갔음에도 7시가 되지도 않은 시각에 나와버리고 말았다.


다음 뉴욕 방문을 고대하며 안녕을 고했다... 그땐 동선을 잘 계획해 더 여유있게 감상하리라~~~


배우 이서진이 학생 시절 아버지랑 자주 가서 맛있게 먹었다는 중국 식당이 마침 호텔 근처에 있어 저녁을 먹으러 갔더니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고 중국 음식점 아무 데나 찾아 들어갔다.  음식을 받고 보니 청경채와 볶음밥의 어마어마한 양에 놀라 둘이 먹으면서도 남길 게 걱정스러웠다.  한국이라면 싸달라고 할 텐데, 아깝다고 생각할 무렵 역시나 남은 음식을 통째로 버리는 걸 보고 양심의 가책을 덜 갖기로 했다.  음식을 남기면 저세상에서 천벌받는다는데 미쿡은 어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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