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1
새벽녘이 되자 바깥이 좀 시끄러워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암막 커튼을 열어젖히니 쓰레기차가 다니고 있었다. 조금 후 낯익은 캐릭터가 그려진 화물차가 정차하길래 우와! 진로다! 하며 사진을 찍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인 삼성과 LG, 현대, 기아 로고를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진로 소주는 처음 본 거다.
이날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는 날이고 입장 예약을 10시로 해둔 터라 집에서부터 싸온 컵라면과 건조김치로 아침을 간단히 때웠다. 전날 내린 그랜드 스트리트 역으로 걸어가니 공원에서 함께 아침 운동을 하는 중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희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인 우리나라에 비해 뉴욕은 우리가 머무는 내내 감사하게도 청명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86 스트리트 역에서 버스를 타고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 가려 했으나 시간이 좀 남아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뉴요커들은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열심히들 뛰었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며 운동 나온 연세 드신 분들도 꽤 많아 강아지 구경도 쏠쏠했다.
빠릿빠릿하게 생긴 청설모도 보고...
화사한 주황색 가슴을 가진 미국 지빠귀도 무리 지어 다니는 걸 보았다. 센트럴 파크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나 고양이가 별로 없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우리가 가로지른 곳은 야구장이 여럿 있는 '더 그레이트 론 The Great Lawn'이었는데 이름대로 대규모의 잔디밭이었다. 저 멀리 맨해튼을 상징하는 고층 빌딩들도 보였는데 좁고 긴 형상이라 '펜슬 타워'라고 한다.
(중앙 타워 3총사 : 스타인웨이 타워, 파크 하얏트, 센트럴 파크 타워)
4월 초였지만 공원엔 왕벚꽃과 자주색 목련이 한창 피어 있었고, 미술관들이 모여있는 5번가 뮤지엄 마일 쪽엔 개나리가 아직도 만개해 있었다. 올해 꽃구경을 뉴욕에서 실컷 한 거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앞으로 가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개관 시간이 남아 남편이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사와 홀짝이며 거리와 사람 구경을 하며 기다렸다.
뉴욕엔 길거리 푸드트럭이 유독 많은데 고물가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공원과 벤치가 곳곳에 있어 월세 내기가 힘든 자영업자나 팁조차 부담스러운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거다.
큰 건물들 사이에 낀 작은 건물이 실은 알부자라는데, 뉴욕의 특이한 건축법인 '공중권' 덕에 옆 건물이 높이 올라갈수록 돈을 버는 구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