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
짐을 맡긴 타미스 사무실까지 MoMA에서 6블록을 걸어갔다. 구역별로 잘 나눠진 맨해튼은 이곳저곳이 모두 명소라서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에 참 좋은 여행지다.
타임스퀘어는 이후에도 떠날 때까지 옆 동네 들르듯 여러 번 지나갔지만, 갈 때마다 이곳이 뉴욕임을 상기시킨 장소이기도 했다. 빨간 계단으로 설계한 현장 티켓 판매대는 타임스퀘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인데, 우리가 도착한 오전엔 올라가지 못하게 했었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광경을 보곤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다른 날 오기로 하고 짐을 찾으러 지나갔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역을 찾아갔다. 고약한 냄새 때문에 역으로 내려가던 중 뛰쳐나왔던 파리 지하철을 떠올리며 각오를 하고 내려갔으나 생각보다 괜찮았다. 길거리에선 희미한 낯선 냄새가 나 갸웃하며 걸어 다녔는데 나중에야 그게 대마초 냄새인 걸 알았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은 참 오랜만이었다. 자살이나 추락 사고가 잦아져 모든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우리나라의 경우를 떠올리자니 각종 사건사고가 많은 미국은 어떤지 궁금했다.
뉴욕의 지하철은 통로가 좁은 데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보기가 힘들었다. 무릎이 안 좋은 남편이 오르내리느라 힘들어했는데 미국의 노인과 장애인은 어떻게들 다니는지 염려스러웠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임을 새삼 느낀다. 지하철 시설은 모두 낡고 공기도 좋지 않아 없던 병까지 얻을 것 같아, 팬데믹 때 뉴욕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많이 죽어나간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이젠 다들 면역력이 생겨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지하철 D 선을 타고 타임스 스퀘어에서 호텔 앞까지 바로 갔다. 그 후 B, D 그리고 F 선을 자주 애용했다.
열흘 동안 묵을 호텔이 어떤 모습일지 걱정이 되었다. 사진만으론 일본의 비즈니스호텔만큼 좁아 보였으나 창이 있으니 낫겠거니 그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휴우~ 안심했다.
전용 욕실이 딸린 저렴한(평균 14만원/1박) 호텔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는데 욕실도 침실도 아주 깔끔했다. 우리가 묵은 내내 요청을 따로 하지 않은 한, 타월을 수시로 바꿔주고 청소도 말끔히 해줘 팁을 잘 챙겨줬었다.
짐을 푼 후 저녁거리를 사러 호텔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 갔다. 차이나타운 지역이라 주변인들은 거의 중국인이고 중국 음식점들도 많이 보였다. 델리마켓이라 일컫는 작은 가게엔 샌드위치와 각종 빵 그리고 다양한 먹을거리 등 필요한 건 거의 있었으나 가격은 그리 착하진 않았다.
어둑해졌지만 그리 위험하진 않았다. 우리도 꽤 자주 밤거리를 돌아다녔는데, 뉴욕의 치안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이 사실임을 실감했다.
가게에서 따로 데워준 샌드위치와 함께 작은 위스키를 기울이며 뉴욕에서의 첫밤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