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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May 09. 2023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MoMA

Day 1-2

특별전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오후를 어떻게 보낼지 즐거운 고민을 했다.  원래 계획은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내려 그 유명한 뉴욕 굴을 먹고 타미스에서 실물 티켓을 수령한 후 차이나타운에 있는 숙소로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청명한 날씨와 뉴욕 중심 거리가 펼쳐지니 마음이 들떠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내려 버린 거다.  남편은 이참에 일정을 앞당겨 가까운 MoMA에 가자고 제안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MoMA가 위치한 53번가는 불과 3블록 위에 있어 거리를 구경하며 걸어갔다.  힐튼 호텔과 투박한 비너스 상 사이에 뉴욕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점인 할랄 가이즈가 있었는데 꼭 한번 먹어보자고 하며 6번 애비뉴를 건넜다.  

바로 MoMA가 보이고 입구까지 길게 늘어서 있는 줄에 섰다.  파리에서도 공공건물에 들어갈 땐 반드시 소지품 검사를 했는데 뉴욕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심했다.  돌이켜보면 독일에선 그렇게까진 검사를 안 했었는데 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가 훨씬 여유스러워 보일 정도다.  

미술관은 생각보다 좁고 높았다.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2층으로 올라가니 퍼포먼스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2010년 회고전에서 <예술가가 여기 있다(Artist Is Present)>를 공연했던 장소가 비로소 내려다보였다.  이날은 Refik Anadol의 <Unsupervised>라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침 기예르모 델토르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인 <피노키오>가 특별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다들 발길을 이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또다시 길게 줄을 선 후 입구 쪽에 도달하니 한쪽 벽으로 다양한 표정을 한 피노키오의 귀여운 얼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탄성을 질렀다!!  저렇게나 작은 부속품들이 피노키오를 비롯한 인형들을 섬세하게 움직이게 했구나!!



이미 넷플릭스로 피노키오를 보고선 감명을 크게 받고 간 터라 실제 배우를 만난 것마냥 우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둘러보았다.  모든 전시품들의 촬영은 허용됐으나 동영상은 금지였다.


내레이터이자 작가인 말하는 귀뚜라미 '세바스티안'과 푸른 요정과 죽음의 요정 자매...


모든 등장인물들이 생생한 표정을 짓고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한 스토리보드가 눈에 띄었다.  제작 기간이 14년이고 촬영하는 데 1000일 걸렸다니 감독이나 스태프들이나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전시된 무대들을 들여다보면서 이게 그 장면이었구나를 즐겁게 상기했다.  돌아가면 한 번 더 봐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 이 무덤 앞에서 남편은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피노키오> 특별전은 우리가 방문한 4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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