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 한국 서점

간다(神田) chekccori(책거리)

by 돌레인

2017. 11. 15

새벽같이 일어나 인천공항으로 갔다.

창가에 앉은 덕에 바깥을 내다볼 수 있었으나 날개쪽이라 시야가 넓진 않았다. 하지만 뭉게구름과 어우러진 날개는 그리기 딱 좋은 첫 번째 그림 소재였다!!

저녁에 도쿄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리타공항에서 나는 도쿄로, 남편은 치바로 각각 출발했다.




도쿄역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을 반갑게 만나 점심을 먹고 우에노 미술관에 갔으나 수많은 인파에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 지인은 도쿄에 살고 있어 언제라도 다시 갈 수 있으니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가보기로 했다.

다음 행선지는 지난 코엑스 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책 <도쿄 책방 탐사>로 알게 된 일본 속 한국 서점인 ‘chekccori(책거리)’였다. 진보초는 예전부터 몹시 가보고 싶은 책방 거리였다. 간다(神田) 간다 했는데 지인이랑 가게 되어 더 좋았다. 다섯 번째 책 출간을 앞둔 작가 겸 번역가이기도 해서 이 서점과도 좋은 인연이 될 듯싶었다.


종종 일본 책 속에 진보초 거리의 대명사로 등장하는 ‘스즈란(鈴蘭) 거리’는 줄지어 서 있는 가로등이 은방울꽃 모양이라 그렇게 지었다. 서점은 ‘야스쿠니 대로’ 쪽에 있는 삼광당(三光堂) 빌딩 3층에 있는데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숨은 보석 같은 곳이다.


비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문을 여니 아담한 서점이 포근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게 익숙한 한글을 몇 시간 만에 봤는데도 그토록 반가운데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나 한국을 알고픈 일본인들 혹은 여타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마침 일본에서 살며 한글을 배우고 있다는 폴란드인을 만나 한동안 한국말로 얘기도 했다.


커피는 물론 한국차도 팔고 있어 천천히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참 둘러보고 있는데 페이스북으로 낯이 익은 서점 사장님이 오셨길래 나는 꽁꽁 숨겨놨던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다. 얼마나 성격이 시원시원하신지 내 마음과 지인의 마음을 사로잡으셨는데, 서로 소개를 하다가 급기야 내가 홍보용 그림을 그리고 지인이 글을 쓰는 놀라운 즉석 이벤트를 가지기까지 했다!!


이번에 일본어로 번역해 막 출간된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는데, 마침 지인이 무척 좋아하는 작가라 더 뜻이 깊었다. 덕분에 맛있는 광주산 유자차랑 과자를 대접받고 책까지 선물로 받았다!! 지인은 이곳과 더 많은 교류를 가질 예정이라 나도 기대가 많이 된다...




5시가 되기도 전에 벌써 어둑해지기 시작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인이 데리고 간 곳은 신주쿠 카구라자카(神楽坂)란 지역인데 봄이면 강가 주변에 핀 벚꽃들이 그렇게 예쁘다고 한다. 골목길이 마치 예전 홍대 같았다.

출간된 책들에 대한 인세가 나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며 지인은 고급 일본 음식을 코스로 거나하게 쏴줬다. 나도 그런 고급 일식집은 처음이어서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남편이 생각났다...ㅠㅠ

둘이서 시원한 생맥주를 기울이며 이른 송년회를 했다...

조림과 튀김은 못 그려 넣었으나 일본 음식은 수채화가 제격인 것 같다. 그리면서도 그때 그 정갈한 맛이 떠오른다... 좋은 사람과 기울이는 술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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