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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비만큼은

눈감아본 삶

by 최국환


오늘,

이 가을보다 진하게 내리는 비에 바라는 소망 하나!


"혹여, 내 부질없던 기억들 모두는 가져갈지언정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그리움만큼은 부디 남겨주기를"




오늘 이 비만큼은.


가을을 훔치는 비가 온다.

한동안

여유로 머물던 긴장의 숨들이

옷깃을 훑어 내리고

부질없이 칠해진 기억마저

아득해질 무렵,

소슬바람만큼 서툰

비가 온다.


가을 보다 진한 날,

무엇 하나만 소망하자.

오늘 비로

알량한 기억들이

어김없이 지워질지라도

내 사랑하는 이

그 가을엔

단지 촉촉한 그리움으로만

내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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