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14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시끌벅적해서 사람 냄새가 풍기는 곳
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찾는
보물 같은 곳
우리는 주말이 되어 별다른 일이 없으면
돌조각상을 찾으러 동대문구로 갔다.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청계천을 따라 산책하듯 조용히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네였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는
청계천, 이태원, 충무로, 아현동 등지에
흩어져 있던 고미술 상점들이
1980년대 중반부터 비싼 자릿세와 교통난을 피해
이 일대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스케일이 큰 고미술품부터 손때 묻은 소소한 골동품까지,
동묘나 동대문 풍물시장과는 다르게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동묘시장에서는 고기튀김과 비빔국수를 맛볼 수 있었고,
공영주차장 근처에 있는 먹거리 골목에서
한여름에 마시는 수박주스는 무척이나 달콤했다.
담장도, 대문도 없는 돌곶이집을 지켜줄 수호신,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에
“오늘도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반겨주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했다.
돌조각의 예술적 가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와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았고,
수복강녕과 길상을 기원하는 의미 또한 좋아했다.
기교나 완성도는 없지만 해학적이고,
꾸밈없고 담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찾은 석상은
원래 어디에 있었는 지조차 모르는,
누군가의 사연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입이 비뚤어진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오래된 것들에 깃들어있는
자연스러운 투박함을 좋아한다.
공간도 그렇고 사물도 그러하다.
시간이 흐르고 제자리를 찾게 되면
별다른 쓸모가 없을지언정 존재의 이유가 분명해진다.
조금 덜 만들어진 것, 덜 채워진 것,
완벽하지 않지만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움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TIP
성북동에 있는 우리 옛돌 박물관은 수천 개의 아름다운 석조물과 풍광이 어우러져 사계절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옥인동에 있는 박노수 미술관은 정갈하게 잘 가꾸어진 정원과 대나무 숲의 후정, 다양한 석조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멋진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