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곶이집 ep. 7
동네 철물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재료,
은회색의 골강판으로 마감된 양철집
돌곶이집은 창고 같은 집이다.
대부분의 협소 주택은
경량 목구조와 외단열공법, 콘크리트와 벽돌,
혹은 중목구조나 경량 철골조로 지어지기도 한다.
공사기간과 공사비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법마다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하나를 콕 찝어 ‘좋다’라고 말하긴 어렵다.
1970년대 집장사들이 만들어낸
보급형 주택의 대부분은
벽돌로 만들어진 2층 양옥집이었고,
이후 자연스레 ‘집’이라고 하면
벽돌집을 떠올리게 될 만큼
정말 많은 벽돌집이 지어졌다.
정부 주도의 주택보급정책으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맞았다가
1990년대 이후 아파트 시장의 활황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콘크리트 아파트 대량 생산이 이어졌고,
소규모 주택시장의 집장사들은
콘크리트에 화강석 마감을 한
저품질 빌라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벽돌집은
낡은 재료, 싸구려 집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는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많다.
기존에 있었던 집도 조적조 건물이었다.
철거를 진행하면서 보니
지붕은 OSB 합판이 얹어진 경량 목구조로 올려놓았고,
바닥은 기초 없이 잡석을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얇게 깔아 온수 코일을 올려놓았었다.
2000년대 중후반,
협소 주택들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동네 곳곳에 외단열 공법으로 지어진
새하얀 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
새 옷을 사자마자 입고 나온 듯한 어색한 느낌,
오래되고 낡은 동네와 섞이지 못하는,
그런 이질감이 싫었다.
돌곶이집은 벽돌로 지어진 많은 주택과 빌라 사이,
도드라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길 바랬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또 다른 도전,
건축가로서 시도해 보고 싶었던 재료에 대한 탐구,
한정된 예산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치킨 배달을 시켰던 날,
“창고인 줄 알고 지나칠 뻔했어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TIP
세월이 오래 흐른 조적조 건물은 단열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벽돌은 흙을 구워 만들어집니다. 흔한 재료가 주는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 시간이 지나 보기 좋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 하나하나 쌓아서 만들어지는 축조의 방식으로 인해 안정감과 무게감이 있는 좋은 재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