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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architects Oct 30. 2023

자연스러운 자연

Dialogue 007

자연의 점, 선, 면


우리는 꽃보다는 잡초 같은 풀이나 신록을 좋아하지만 가끔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사기도 한다.

꽃집에서 만들어주는 꽃다발이 부담스러워 포장은 하지 말고 가져갈 수 있게 신문지에 돌돌 말아만 달라고 이야기한다. 꽃보다는 풀이 더 많고, 적당히 높낮이가 다르고, 서로 엉겨 붙어있지 않은 밀도로 입체감이 있는 꽃다발, 다르게 이야기해 보자면 인적 드문 곳에서 작은 들꽃과 잡초 같은 풀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의 상태이다. 실제 자연에서는 우리가 좋아하는 상태의 것은 찾기 어렵지만, 운이 좋으면 잘 만들어진 꽃다발이상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만나기도 한다.


자연自然이라는 말은 스스로 그러함을 말하는데  자연스러운 자연이라는 말처럼 모순적인 것도 없다. 사실 자연스러운 자연이라는 것은 접근 가능한 장소,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심겨진 나무, 적당한 밀도로 잘 가꾸어놓은 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인공이 만들어낸 유사자연, 자연스러움의 극치를 말하는 것이다. 흔히 자연은 좋은 것, 인공의 산물은 파괴적이고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내 "모래사장이 있었던 한강의 전원적 풍경도 사실은 경성의 도시화에 따른 개발과 이익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걸 생각하면 도시화된 공원이나 자연조차도 이 시대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자연 아닐까?"

남편 "도시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고 끊임없이 변하는 생명체니까...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이 변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담기는 것이고, 그 과정을 구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겠지."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성장과 소멸의 과정은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는다. 과거를 향한 기억과 향수, 자연스러운 자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더 이상 일상의 것이 아니어서 더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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