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엄마께 내일 오겠노라 손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여름이 느껴지는 후덥지근한 낮의 공기와는 달리, 캄캄한 저녁이 되니 바람이 불어 제법 시원하다.
병원 앞 낯선 동네,
처음 보는 숫자로 빼곡한 더 낯선 버스 정류장,
그곳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유리벽에 비친다.
역시나 낯설다.
똑같은 병원복을 입은 환자와,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들,
그들의 움직임을 쫓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던 나의 두 눈에
이제는 캄캄한 어둠과 간간이 빛나는 불빛만이 남아 있다.
흑백만 존재하는 단순한 이 거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오늘도 고생했다!
스스로를 토닥이며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