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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May 19. 2023

궁합이 어떻든

여전히 널 사랑해

신촌 부근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나무.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곳은 싫지만, 너무 돌아다녀 갈 데가 없어진 우리는 홍대로 떠났다. 제로 웨이스트 카페에서 약과 케이크를 먹고, 걷던 중 보이는 간판. '타로, 사주 봅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편이라 생각했던 난 생각보다 사주에 흥미가 있다. 익선동에서 재미로 본 사주가 정확해서 그런지. 나를 보자마자 '너-어-무 예민해요.' 하셨는데, 그 외에 얘기한 것들도 얼추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직장 다니면서 많이 아프단 말도, 직장 생활이 버겁고 힘들단 말도 요즘 종종 떠오른다.


타로가 1+1 만원이라길래 들어갔는데, 타로는 처음인 우리는 질문을 말하라는 말에 어버버. 뜸 들이다 나무가 입을 열었다. "저희 결혼은...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옆구리를 쿡 찌르며 "언제 하냐고 물어봐야지!" 하자 아주머니는 그럼 궁합을 봐야 한다고 하셨다.


분명 만 원 이상은 쓰지 않겠다 말하고 갔는데.. "그럼 그걸로 볼게요"가 튀어나갔고, 내 지갑은 울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우리는 전생에서부터 인연이 있고 한자가 같은 걸로 보아 형제지간이라 하셨다. 그리고.. 나에겐 나무가 많고 나무에겐 뭐가 많다고 하셨고, 말이 너무 빠르셔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나는 욱하는 게 있고 능력 안 좋은 남자는 싫어하고(당연한 거 아닌가?) 나무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고(ㅎㅎ) 하셨다. 결혼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일반적으로 결혼하는 나이니까 여기서 신뢰도가 좀 떨어졌다. 나무에겐 아이도 생긴다 했다.


혼이 빠져 질문도 못하고 듣기만 한 우리. 5만 원은 한순간에 사라졌고 나무는 어색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하더니, 문을 나서자마자 '하나도 안 맞는다'며 투덜댔다. 그 모습도 어찌나 귀엽던지.

홍대 데이트는 여전히 로맨틱했고 우리 아들 야리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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