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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Jan 22. 2022

새벽 두시 십 오분

 


 애초에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왠지 오늘은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쓴다. 사람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나 자신은 확신할 수 없다. 흥미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과연 사랑인가 물으면 모르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죽음에 대해 가까워지고, 확신은 사라진다. 오히려 신에게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막연한 확신만 든다. 믿음은 사람에게서 결코 얻을 수 없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오로지 사랑 하나뿐인데, 나는 무엇인지 알 지도 못한다. 하지만 사랑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느낄 수 있다. 믿을 수 있는 감정은 없다. 사람도 없다. 나 자신도 믿을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왜.


 틈만 나면 찾아오는 두통과, 헛구역질, 이명 등, 아무튼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고통이, 나에게 살아있다고 큰 소리를 질러대는데, 무시하고 싶다. 어쩔 때는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를 잘라내고 싶은 충동까지 느낀다.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미래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끝이 보이는, 이 삶을 어떻게든 끌어안고 살아보려는 생존 본능, 과연, 어디쯤에 와 있을까. 그래서, 지금 죽고 싶은가 하면, 아니다. 차라리 토하고 싶다. 다 뱉어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거나, 속이 시원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 게다가 지금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끝없이 자고 싶다. 잠들어서, 깨어났을 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법한, 상쾌하고 밝은 아침, 가벼운 기분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토스트 하나를 먹고 싶다. 그래, 그런데 깨어나고 싶은가, 깨어나야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영영 잠들기는 싫으니까, 그래도, 잠들면 깨어나야지. 깨어나고 싶다. 그렇다고, 웃고 싶지는 않다.


골목길, 지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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