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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Feb 13. 2022

없음


 자꾸 화가 난다. 곱씹을 수록 화가 난다. 어떤 동기인지 모르겠다. 말도 안되는 말들을 계속해서 한다. 마음이 어지럽다. 속단할 수 없다. 사실 말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생각보다, 그렇지만, 나는 나이고, 변할테지만, 지금 당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알고 있다.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해결해 줄수 없는 것도 안다.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밤에 눈을 감으면 수많은 낯선 얼굴들이 다녀간다. 내가 아는 얼굴인지, 모르는 얼굴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얼굴들이 몇 초만에 지나가면서 울거나 피를 흘리고 있거나 혹은 모르겠다. 이목구비가 기억나지 않는다. 괴로운 얼굴들이다. 하나같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 나의 무의식인지, 아니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엊그제는 갑자기 신들린듯이 두 세시간 글을 썼는데 쓰고나서 다음 날 출근하고 나니 감정이 휘발되버렸다. 정말 꿈을 꾼 건지 뭔지 모르겠는, 이상한 느낌.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불길한 예감이 휩쌓인다. 최근에 만난 사람들에게 모두 내가 미쳐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점진적으로 미쳐가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든다고. 심지어 내일은 상담까지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내가 말할 수 있을까. 괜히 아무것도 아닌 데 어떤 일을 회피하고 싶어서 불안이나 죽고 싶은 마음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어떤 마음이 있다.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식은 땀을 나게 하고, 눈을 감을 수 없게 만드는.


 잠드는 과정이 괴롭다. 이대로 잠들어서 일어나지 못했으면 좋겠냐고 하면 그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괴로울까. 수면 장애인가. 평생 시달리겠지. 잠을 잘자는 건 축복인데. 축복받은 삶을 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쁘진 않아. 괴롭긴 하지만 견딜만하고, 이것도 다른 종류의 축복이지. 그럼에도 욕심이 나서 다른걸 바란다. 바라고, 또 바라. 평온한 일상을 간절히 바라는데, 평온한 잠. 10대 20대에는 죽고 싶고 30대에는 덜 죽고 싶고, 건강하고 싶고, 차라리 많이 울고 싶다. 눈물이 잦아들어서 해소가 안되는 걸까. 오열을 하면 나아질까. 아무 이유없이 걷다가 우는 것보다, 그냥 슬플 때 울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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