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그렸던 그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눈사람이 서있고 비도 내린다. 해를 좋아하지만, 달이 어울려서 그리고, 나무는 꼭 그리고 싶어서 그렸던, 외로운 눈사람.
2. 눈사람이 외로워보이니 무언가 하나를 더 그려보기로 했는데, 손을 그려주고 싶었다. 손을 그리니까 조금 더 행복해보였다. 힘든 와중에도, 그래도, 나아보였고, 다른 눈사람 친구를 그려주고 싶지 않았고, 이대로 만족했다.
3. 오늘 그린 그림, 과거부터 오늘의 나의 기억들을 나열한 것이다. 사소한 기억이 너무 많아서 그냥 떠오르는대로 적었지만, 나는 보통 안에 갇혀있다. 가장 편안해야할 집에서조차 쉬지 못한다. 여기에 내가 어디있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항상 관찰하는 사람이고, 감시하는 사람이기때문에 이 방 안에 없다.
어딘가에 있다고.
4. 나를 그려주라고 해서 4번에 나를 그려주었다. 사실 스톱워치나 눈을 지울까도 생각했지만, 그게 없으면 또 불안할 것이다. 적당한 불안을 가지고 있어야 행복한, 완전한 휴식을 가질 수 없는, 그런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1-3번에 비해 비교적 평온해졌지만, 아직도 놓아야 할게 많은 지금이다.
놓아주자, 조금만 더, 놓아주자.